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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방한한 디자이너 아르마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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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남산 한옥마을에서 한복을 입고 포즈를 취한 아르마니. 아랫쪽 사진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우리 시대의 패션계 거인 중 한명인 이탈리아 출신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71)가 2일 한국을 처음 찾았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디자인한 지 올해로 30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15년이 된 것을 기념하는 방문이다.

1박 2일간의 짧은 일정으로 온 그는 도착하자마자 서울 남산 한옥마을에 들러 전통문화를 잠시 맛본 뒤 청담동 조르지오 아르마니 매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르마니는 회견장에 몸에 딱 달라붙는 검은색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나타나 70대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탄탄한 근육질의 상체를 자랑했다. 취재진이 70여 명이나 몰려든 게 예상 밖인 듯 "이렇게 많이 오신 걸 보니 아직 내가 인기가 있긴 한 모양"이라며 농 섞인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패션 작품이 아니라 사람들이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든다'는 디자인 철학을 지닌 아르마니는 활동성이 좋은 남녀 정장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국내에도 '아르마니 수트'로 잘 알려진 이 정장은 군더더기 없이 단순한 디자인의 재킷과 통 넓은 바지가 짝을 이룬다. 30년간 변함없이 이 스타일을 고수해온 것과 관련, 아르마니는 "나더러 유행에 뒤처진다는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입기 편한 옷을 만든다는 원칙이 내겐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아르마니 역시 변화하고 있다. 지난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05년 봄.여름 여성복 컬렉션'에서 그는 동양풍을 가미하거나, 살바도르 달리 등의 그림을 소재로 활용해 이미지의 변신을 꾀했다.

"존 갈리아노가 중국에서, 장 폴 고티에가 인도에서 영감을 얻은 것처럼 많은 디자이너가 아시아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다. 나 역시 아시아 문화 및 시장에 관심이 커 한번 시도해봤는데 반응이 의외로 좋다."

생애 처음 방문한 한국에 대해선 "한국 여성들이 패션의 전문가라는 평판을 직접 보고 확인할 수 있었다"며 "내 옷이 많이 팔리는 곳인데 너무 늦게 온 것이 후회스럽다"고 했다.

미혼인 아르마니는 은퇴 시기 및 후계 구도에 관한 질문에는 "나이 때문인지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하지만 여전히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당장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회사는 내가 없더라도 아르마니의 역사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 물려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르마니는 2일 저녁 지휘자 금난새씨.김명곤 국립극장장.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 등 문화계 인사들을 초청해 칵테일 파티를 연 뒤 3일 오전 출국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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