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추징금 230억 내일까지 완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노태우(81) 전 대통령의 전 사돈인 신명수(72) 전 신동방그룹 회장이 2일 노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230여억원 중 80억원을 대납했다. 노 전 대통령의 동생 재우(78)씨는 나머지 금액 150억4300만원을 4일 납부한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이 곧 완납될 전망이다.

 신 전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 집행계좌로 80억원을 이체했다. 서울중앙지검 미납추징금환수팀을 지휘하고 있는 이진한 2차장 검사는 “신 전 회장 측이 80억원을 냈으며 이는 노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대납한 것”이라며 “이 돈은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한국은행의 국고 계좌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신 전 회장은 당초 80억원을 사회에 헌납하는 형식으로 내려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의 진정으로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다. 그러나 검찰이 신 전 회장 측에 “헌납 대신 추징금으로 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신 전 회장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신 전 회장 측에서 “노 전 대통령은 한 푼도 안 내면서 추징금 납부의 공은 자신들의 몫으로 하려 한다”며 불만을 나타내며 추징금 대납에 제동이 걸리는 듯했다. 하지만 신 전 회장이 “추징금을 낸다고 했다가 다시 기부금으로 바꾸면 국민이 나쁘게 볼 수 있다”며 추징금 대납 결심을 했다고 한다.

 신 전 회장은 “추징금 대납은 재우씨와는 상관없으며 자발적으로 낸 것”이란 입장을 검찰을 통해 밝혔다. 신 전 회장 측 변호인은 “신 전 회장의 개인 재산을 정리해 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재우씨 측 이흥수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이미 150여억원을 대납하기로 결정했고 이는 대출금 등을 통해 마련할 것”이라며 “서류 준비로 인해 오는 4일 추징금 대납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과 재우씨 측은 지난달 23일 재우씨가 150여억원을 내는 대신 노 전 대통령이 재우씨에 대한 각종 민·형사상 소송을 철회키로 합의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군형법상 반란·내란과 뇌물수수죄 등으로 징역 17년과 추징금 2628억원이 확정됐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신 전 회장에게 비자금 230억원, 재우씨에게 120억원을 맡겼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2001년 검찰이 신 전 회장과 재우씨에게 제기한 추심금 청구소송에서 노 전 대통령의 주장대로 이들에게 각각 230억원과 120억원을 납부하라고 판결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의 추징금은 확정선고 16년 만에 완납되게 됐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완납이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미납 추징금 1672억원) 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