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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대책…매연 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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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소위 『독 뿜고 달리는 흉기』라는 매연차량에 의한 공해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된 지 오램에도 이에 대한 기본적인 「데이터」조차 조사되지 않은 채 대책이 세워지고있어 그 허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 등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과학적인 「데이터」분석을 기초로 한 엄격한 시험에 의해 자동차 배기 물질의 양을 규제하고있으며 일본만 해도 소형자동차가 배출하는 일산화탄소의 최고 배출농도를 2·5%이하로 규제하여 이를 지키지 않는 차량은 운행을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개스」배출 기준을 일산화탄소는 3%이하, 매연「개스」는 「링겔만스모크차트」 2미만으로 정하고있으나 이를 정확히 측정하고 산출할 기구도 없을 뿐만 아니라 기술마저 개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에서는 자동차 배기「개스」에 의한 대기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과학적이고 단계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하고있다. 지난 7월 20일 일본 운수상의 자문기관인 운수 기술심의회에서 발표한 『자동차 배기「개스」 대책 기본계획』을 살펴보면 자동차(배기량 1천 6백cc급의「개설린·엔진」 승용 자동차를 기준) 한대가 뿜어내는 「개스」의 양을 연차별로 설정했는데 73년도까지는 일산화탄소·탄화수소·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을 각각 1km 주행 당 11g, 1.7g, 3g 이하로, 75년도까지는 7g, 3g, 0.3g 이하로 저감목표를 잡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규제의 강화 및 단속법의 보강을 서두르는 한편 적극적인 방지대책으로서 현재 사용중인 「엔진」의 개조와 배출「개스」의 정화장치 및 석유계 연료의 개량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배출「개스」 측정기술의 개발 및 무공해자동차의 개발도 건의하고 있다.
「엔진」 개조에 관해서는 각 배출「개스」의 저감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연차별로 계획을 수립했는데 73년도까지는 주로 현재 사용중인 「엔진」의 개량을 촉진하고 75년도까지는 이를 실용단계에서 응용하는 한편 「개스」정화기의 개발 및 무연화 「개설린」을 공급할 수 있도록 연구 노력한다는 것.
이처럼 계획적이고 종합적인 일본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경우 너무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각종 유해「개스」의 안전기준조차도 정해지지 않아 미국 등 선진국의 「데이터」를 빌어쓰는 형편이며, 자동차 한대가 뿜어내는 「개스」배출량의 한도를 정하는 문제는 아예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자동차 배기「개스」중 일산화탄소는 최고 배출농도를 3%이하로 정하고있으나 다른 「개스」는 적절한 기기가 없어서 측정조차 불가능해서 그 규제를 정하기는 어렵다.
공해차량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매연 정화기를 부착하도록 하는 의무규정을 이미 정했고 노후차는 LPG (액화석유 「개스」)자동차로 대치하도록 권장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보사부 공해담당과장인 손형기씨는 말하고 있으나 이와 같이 소극적이고 즉흥적인 호도책으로 심각한 자동차 공해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이덕환씨(교통부 차량과장) 의 말대로 『「엔진」개조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연구부문이므로 우리로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차량의 노후화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운수업자의 기업양심과 책임의식의 고취가 시급한 것 같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결국 관계당국의 정책빈곤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연료문제만 해도 애당초 휘발유 절약을 위하여 「버스」의 「개설린·엔진」을 「디젤·엔진」으로 대체시킨 것은 당국의 근시안적 정책의 결과였고 또 4%의 유황분을 2%로 감소시키는데 1「배럴」당 86「센트」가 먹혀 완전히 탈황하자면 생산 「코스트」가 높아진다고 해서 저질 유류를 그대로 공급하는 실정에 대해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관계당국으로서도 애로사항이 없지 않을 것이다. 가령 수립한 계획이 정책결정의 「레벨」에 반영될지의 여부라든지 서울의대 차철환 교수가 지적했듯이 『공해에 관한 주무부처인 보사부가 금년에 불과 2천 9백만원의 예산을 가지고 그나마 1천 6백만원은 공해 검사차 구입비에 쓰고 있는 실정』 등은 관계당국의 고충을 충분히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관계당국이 종래의 현실 도피적인 『마무리 식 행정』의 두꺼운 껍질을 벗어버리는 과단성이 더욱 절실히 요청되고 있으며 주먹구구식 탁상공론으로서는 도저히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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