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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관광 공동체 ‘두레’ 100개 시·군에 만든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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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호 14면

스위스 나프베르그란트 트레킹 코스(사진 위)와 일본 미에현 모쿠모쿠 팜의 농업체험학습.

스위스의 대표적 낙후 지역인 나프베르그란트(Napfbergland). 1990년대 말 이곳에 지역 내 16개 마을을 85㎞의 오솔길로 연결한 20~30개의 트레킹 코스가 만들어졌다. 트레킹 코스를 산악 마을과 연계해 민박을 유도했고, 많은 이가 찾아오면서 주민의 살림살이에 큰 도움이 됐다. 나프베르그란트의 이 오솔길 프로젝트는 지역 특성을 연계·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중앙정부도 지원 잰걸음

일본 미에(三重)현 이가(伊賀)시의 모쿠모쿠 팜(farm)은 농업 체험 학습, 숙박, 레스토랑, 농원, 목장 등 농업과 휴양을 하나의 테마로 엮은 종합 시설이다. 관광 명소로까지 꼽히는 이곳은 650여 명의 관리 인력이 한 해 매출 640억원을 올리면서 일본에 귀농 붐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의 자연 자산과 문화 유산이 추억 마케팅의 새 자원으로 떠오르면서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나프베르그란트 프로젝트와 같은 관광 상품을 더 늘려 나갈 계획이다.

예전 시골에서 주민들이 힘을 합쳐 농사를 짓는 ‘두레’에서 이름을 따온 ‘관광 두레’가 대표적이다. 문화 유적지와 먹거리에서 탐방로, 축제, 숙박시설에 이르기까지 일정 지역 내의 관광자원을 하나로 연계해 방문객을 끌어들여 수익을 내고 지역 일자리도 늘리는 사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6월 경기도 양평, 강원도 양구, 충북 제천, 전북 부안, 경북 청송 등 5개 시·군을 시범 사업 대상지로 선정해 8월부터 ‘관광 두레’ 만들기에 나섰다. 예를 들어 한방 문화가 발달한 제천 지역 내의 각종 관광자원을 ‘자연 치유 두레’ 같은 브랜드로 묶은 후, 역내의 유적지와 음식점 등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윤성천 문체부 녹색관광과장은 “2017년까지 전국 100개 시·군에 관광 두레를 조성할 예정”이라며 “자립성 확보를 위해 3년간 기본으로 지원한 뒤 성과를 봐서 2년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화 예술과 역사 자원이 집중돼 있거나 예술인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들도 이야깃거리가 있는 ‘문화도시’나 ‘문화마을’로 지정해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현재 많은 사람이 찾는 전주 전통문화도시, 공주·부여 백제문화도시, 부천 만화도시 같은 곳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쓸모없이 버려져 있는 옛 산업ㆍ군사시설을 예술·문화공간으로 다시 만드는 방안도 추진된다. 옛 기무사 수송대 시설을 재개발한 서울 용산의 백성희·장민호 극장 같은 복합문화공간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위원장 이원종)는 지난 7월 지역 발전을 위한 6개 중점 추진 방향 가운데 하나로 ‘지역문화 융성과 생태 복원’을 밝혔다. 문화를 통해 지역 브랜드를 육성하고, 문화자치 기반을 조성해 지역의 자연 자산을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오남희 지역발전위 지역문화과장은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주어지는 도움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기본 방향”이라고 말했다.

지방문화 활성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내년 시행을 목표로 가칭 ‘지역문화진흥법’ 제정도 추진되고 있다.

지역 문화·관광 사업은 예산 확보와 함께 문체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해양부를 비롯한 여러 부처가 함께 엮여 있는 만큼 부처 간의 원활한 업무 조정도 필수적이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부처 간 조정이 어려운 과제 가운데 하나”라며 “정부-광역지자체, 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의 2단계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합리적인 역할을 분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재환 부산발전연구원 지역재창조연구실장은 “지역 사업은 발굴은 물론 지속해 나가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1년 단위로, 특정 사업만을 겨냥해 예산을 지원하기보다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계획 아래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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