⑩외국인학자를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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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 「캘리포니아」대학에서는 고려사 등 강의 폭넓은 문헌 통해 한국고대사 접근>고려역대 왕의 개별평가도 "한국사는 예술, 과학 분야서 강조돼야"
서울 서대문동 「플라브이트·하우스」9층의 9A실 앞에 섰을 때 『미안합니다.』 『 괜찮습니다』하는 또박또박한 말소리가 문틈으로 새어 나왔다. 「마이클·로저즈」박사가 녹음기로 한국어회화를 배우는 소리였다. 그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9월에 출판할 예정인 영문판 『한국사』의 편집·교열을 위해 지난 6월29일 서울에 온 것이다. 미국 「버클리」에 있는 「캘리포니아」대학 동방어학과 교수로 「동양사문헌」과 「고려사」를 강의하는 그는 작년10월 고려대가 주최한 『한국사회의 전통과 변천』에 관한 「세미나」에도 참석한바 있는 한국 통이다.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중국사에 주력했던 그는 48년과 49년에 걸쳐 12개월간 내몽고에 들어가 살면서 몽고어와 몽고사, 특히 불교의 연구에 전념했다. 이 시절에 그는 「라마」사원에서 여섯 달을 생활하면서 몽고를 이해하기에 힘썼다.
몽고어 실력은 「캘리포니아」대학에서 5년간 강의했다는 것으로 알 수 있지만, 중국사를 근간으로 한 그의 동양사연구는 좀더 깊이 있는 것이다.
53년 그는 모교에서 『제4세기 전진의 성립과 발전』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은 5호16국의 하나인 전진에 관한 연구다.
동양사 연구에서 닦은 중국어 실력은 놀라운 것이지만 한국어와 일본어의 독해력도 대단하다. 이런 실력으로 『고려사』 『삼국사기』 『고려사절요』등은 물론 한·중·일의 고대사관계 학자들의 논문들을 읽어 한국의 고대사에 접근했다.
이병훈 김상기 홍이섭 고병우 손보기 이기백씨 등의 노문들을 그는 열심히 읽는다고 한다. 「미국동방학회보」불문 「통보」 「오리엔스·엑스트레무스」 「센트럴·아시언·저널」 「모누멘타·세리카」등 학회지에 한국사관계 논문들을 발표하기도 한다.
『북송시대의 당쟁과 고려정책』 『중국 측 자료에 나타난 고려왕들』 『한국사연구』 『송·고려관계-몇 가지 방해요소』 『신라왕들의 사망연대기』등이 보인다.
『고려시대는 외교적으로 복잡하고 또 중요한 시대입니다. 고려와 원·북송·명·원·금과의 관계는 5백년이란 오랜 기간의 외교적인 복잡성을 입증합니다.』
고려는 외교사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문화사적인 면에서도 중요시한다. 고려의 자기나 활자문화에 대해 그는 관심을 보인다.
고려의 왕 가운데서 그는 광종과 성종. 문종을 높이 평가한다. 과학제도를 들여온 점에서만 아니라 요에 대한 『사대주의적 태도가 아닌 굳건한 독립적 정신』을 가장 높이 본다고 했다.
한국의 고대사에 대해 특히 신라 사에 관 해 소련학자들이 사회주의사관을 적용하려는 태도와 북한학자들의 「민족주의사」는 온당치 못한 학문적 태도라고 지적하면서 『한국의 학자들이 객관적으로 역사를 설명하는데 친근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사는 전반적으로 그 지리적 위치로 해서 동양문화에서 특수한 것이며, 중국과 일본의 가교로서의 의미도 두드러집니다. 또 사회제도 면이라든가 건축미술등에서도 특성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한국사에 있어서의 불교적. 유교적 영향은 사회제도의 고정화를 가져왔다고 말한 그는 『신라의 「골품제」라든가 이조의 양반들의 존재는 어떤 의미로는 한국 사람들이 순수성을 너무 지나치게 찾는다는 의미도 된다.』
그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것이 그 이후 한국의 어려운 역사를 끌어온 것으로도 말하지만 손보기교수의 석장리 구석기유물의 발굴이라든가, 일부 한국학자들이 주장하는 동이족의 고대 중국 지배에 대해 언급을 피한다.
그는 단지 『한국사는 예술적인 면과 과학적인 업적에서 크게 부각돼야한다』는 점을 되풀이 할뿐이었다.<공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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