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운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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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타임지가 이번에 뽑아낸 세계에서『가장 진절머리 나는 사람들(Bores)』에 관한 특집 기사는 여러 가지로 우리의 흥미를 돋우어 주고 있다.
bore란 영어단자를 우리 나라 영어 사전에서는 그냥『진절머리나게 하는 사람』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옥스퍼드」 사전을 보면 그밖에도 『따분하게 만드는 사람』『지겨운 사람』이란 뜻도 있다.
익살스런 「앰브로스·비어스」에 의하면, bore란『내말을 들어줬으면 하고 바라고 있을 때,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이다.
자기에 관한 얘기만 늘어놓기 때문에 내가 내 얘기를 할 사이가 없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란 뜻도 된다.
「월터·윈첼」은 또『2분 짜리 「아이디어」를 2시간에 걸쳐 늘어놓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적이 있다.
한마디로『따분한 친구』를 말한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이런 친구는 말벗도 되어주지 못하면서 남의 고독만 앗아간다. 그런 사람이 오늘도 여기 있고 내일도 여기 있다면 그처럼 지겨운 일은 또 없을 것이다.
이것은 정치인이건 예술인이 전세계적인 명사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어느 신문을 보나 어느 「텔레비젼」을 켜나, 똑같은 얼굴만 나온다면, 아무리 「재클린」이나 「리즈·테일러」가 미인이라도 지겨워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돌려 생각하면 정말로 따분한 친구는 이들이 아니라, 이들은 그처럼 지겹도록 「매스컴」의 물결을 타게 만든 사람들일 것이다. 만일에 이들에 대한 수요가격 있다면 그들이 그처럼 대중의 우상이 될 수도 없지 않았을까?
이런 얘기도 있다. 누군가가 어느 작가의 험담을 하자 「아나틀·프랑스」는 말하기를『그 친구에게 재능이 없다니 천만의 말씀이지. 재능도 없으면서 어떻게 그처럼 많은 책을 팔 수 있겠느냔 말야』고 했다한다.
아무리 진절머리나는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역시 그들은 각기 비범한 그 무엇들을 가졌을 것이다. 아무나 대중의 우상이 되고 「매스컴」을 독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의 우상처럼 허망한 것은 없다. 오늘의 대중은 따분한 것을 싫어한다. 그런 대중이, 언제 또 헌 신짝처럼 자기네가 만든 우상들을 버릴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래서 우상이 되는 일보다 몇 곱 더 어려운 것이 대중에 진절머리를 일으키지 많게 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말이나 재능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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