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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안보기구 창설제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소련을 비롯한 「바르샤바」조약국가들은 지난 21, 22일 양일간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바르샤바」조약기구외상회의 끝에 취해진 새로운 조치로서 27일에는 정식으로 미국과「캐나다」가 참가하는 전「유럽」안보회의를 개최하고 외군감축을 비롯한 「유럽」안보 및 협력 문제를 다룰 상설「유럽」안보기구를 창설하자고 제의했다고 한다.
과거부터 「바르샤바」조약기구가 전「유럽」안보회의를 제창하고 있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즉 공산측은 1966년3윌 「부카레스트」에서 열린 「바르샤바」조약기구 정치자문위원회 회의(수뇌회의)에서 이 안을 내놓은 이래, 67년 「체코」의 「카를로비바리」에서 열린 전 구공산당회의와 또 작년 10월말 「프라하」에서 열린 동조약기구 외상회의에 이르기까지, 되풀이해서 이러한 제의를 반복해 온 것이다.
그들이 제안한 전 「유럽」안보회의의 취지는 표면상 지금까지 군사「블록」으로 분단된 「유럽」을 청산하고「유럽」제국간의 평화적 협력의 길을 열기 위한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그들의 제안속에 숨겨진 진짜 속셈은 그보다도 (1)제2차 세계대전이후 기정사실화한 「오데르-나이세」국경선과 동·서독 분할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2)양독의 전독대표권 주장과 핵무기보유 봉쇄 (3)서부 「베를린」의 서독으로부터의 분리 (4)「유럽」과 미국과의 이간을 획책하는 것 등이라 볼 수있다.
이러한 공산측의 「유럽」안보회의 제의에 대해 「나토」는 작년 12월의 「브뤼셀」각료이사회 이래 2국간 협상 또는 다국간 협상을 주장했으며, 보다 실질적으로 병력감축 문제 토의를 제의했고 이는 지난 5월말「로마」에서의「나토」각료리사회에서도 재확인한 바가 있었다.
따라서 공산측의 전기한바와 같은 새 제의는 일단 병력감축이라는 서방측 제의를 받아들인 것 같으나, 그 핵심에 있어서는 끝까지 「유럽」안보회의 개최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음을 알수있다. 따라서 「바르샤바」조약기구가 병력감축문제에 관한 토의를 받아들였다는 것은 어디까기나 전 「유럽」안보회의를 전제조건으로 한 것이다. 그러므로 공산측의 새 제의에따라 어떤형태의 새로운 동서간 대화가 곧 열리리라고 기대한다는 것은 시기상조일 것 이다.
「바르샤바」조약기구가 내놓은「유럽」안보회의와 「나트」가 내세우고 있는 2국간 내지 다국간 협상과 병력감축제의는 다같이 동서간 긴장완화라는 대조류를 배경으로, 피차가 모두 동서화해를 추구하는 정치적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라고 볼 수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산측이 내세운 「유럽」안보회의의 진정한 목적은 긴장완화라는 구실하에 서방측의 분열 또는「나토」의 군사적인 약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한가지 견해는 소련이 점차 더큰 위협으로 대두하고 있는 호전적인 중공에 대처하기 위해, 소련내의 과학기술 향상과 경제의 효율화 등을 진척시킬 필요를 느껴 「유럽」정면의 정세안정과 아니면 서방측 제국과의 교류증대를 바라고 있는것으로 간주할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련이 진정으로「유럽」정세의 안정을 바란다면, 「체코」에 대한 무장침략은 물론 그를 합리화하기 위한 이른바 「브레즈네프·독트린」을 폐기해야 하며, 중동에서의 긴장격화, 그리고 그밖의 지역에서의 침략세력을 사주하거나 지원하는 일을 즉시 중지해야 할 것이다.
뿐만아니라 현재 진행중에 있는 전략무기제한협상의 막후에서 소련은 오히려 핵무기 증강에 광분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을 요하는 점이라 할 것이다. 이와같은 모든 상황을 종합해볼때, 소련의 기본노선이 중공과 마찬가지로 세계도처에서 민주정권을 타도하고 공산혁명을 시도하는데 있음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이며, 이 점 서방측은 어떠한 협상에 있어서도 이에 대한 각별한 경계를 잊어서는 안될 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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