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남은 추징금 완납 삐걱 … 마음 상한 옛 사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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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합의될 것처럼 보였던 노태우(81)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완납 문제가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노 전 대통령과 동생 재우(78)씨, 사돈이었던 신명수(72) 전 신동방그룹 회장 측은 최근 검찰과의 의견 조율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230억원을 납부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50억원은 재우씨가, 80억원은 신 전 회장이 내되 노 전 대통령이 이들에게 제기한 소송과 이자 요구를 철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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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신 전 회장 측이 최근 80억원을 사회에 헌납할 수도 있음을 내비치면서 추징금 완납에 제동이 걸렸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48)씨와 신 전 회장의 딸 정화(44)씨는 지난 5월 이혼했다. 아직 재산분할 소송 등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더욱이 신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의 진정으로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신 전 회장 측에 “헌납 대신 추징금으로 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신 전 회장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최근 노 전 대통령 측의 태도에 마음이 상했다고 한다. 신 전 회장 측 변호인은 “노 전 대통령은 한 푼도 안 내면서 추징금 납부의 공은 자신들의 몫으로 하려는 데 대해 가족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 나왔다”며 “‘추징금이 아닌 기부금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됐다”고 전했다. 신 전 회장은 2001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추심금으로 230억원을 내라는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신동방그룹이 2011년 5억원만 낸 상태에서 시효가 만료됐다. 나머지를 내야 할 법적 의무는 없어졌다.

 신 전 회장 측 기류가 전해지자 재우씨 측도 반발했다. 재우씨 측 관계자는 “재우씨는 추심금 120억원을 선고받았지만 지금껏 52억원을 냈고 150억원을 더 내려 하는데 신 전 회장 측은 80억원만 내기로 하고서 딴소리를 한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재우씨가 추징금을 대납하기로 한 데는 최근 노 전 대통령이 추징금 환수를 위해 재우씨 회사인 오로라 CS의 임시주총 결의 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것이 크게 작용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우씨가 150억원을 내면 회사에 관한 모든 송사를 취하키로 했다.

 3자 간 추징금 납부 합의를 중재하고 있는 검찰은 “약간 삐걱댈 수는 있겠지만 정상적으로 추징금 완납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완납의 열쇠는 신 전 회장 측이 잡은 모양새가 됐다. 80억원을 ‘헌납’으로 할 것인지 ‘추징금 납부’로 할 것인지는 신 전 회장의 결심에 달렸다. 신 전 회장은 가족 내의 반발을 전해 듣고 “기부금으로 내면 국민들이 우리만 나쁘게 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이번 주 중 돈의 성격을 정해 납부까지 마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혈압 급상승 입원=한편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쯤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병원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갑자기 혈압이 올라 입원했다”며 “위중한 상황은 아니고 혈압관리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은 소뇌위축증이란 희귀병을 앓고 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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