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섬유류수출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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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국 경제단체를 망라한 미국 섬유류등 수입제한대책본부는 12일 미국의 섬유류 수입제한반대 궐기대회를 열고, 미국 국회에 제안중에 있는 이른바 밀즈법안의 반대와 한국에 대한 예외조치의 촉구를 내용으로 하는 메시지와 결의문을 채택, 이를 닉슨 행정부를 비롯한 미국 각계에 전달하기로했다 한다.
결의된 메시지에 따르면 ①한국의 경제발전은 안보문제와 정치적안정에 직결되며 ②미국의 섬유류수입 제한조처가 한국의 경우에 있어서는 특히 경제발전을 어렵게 하기때문에 한국은 획일적인 수입제한을 반대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또 대책본부의 분석에 따른다면 미국이 섬유류수입을 제한할 경우, ①70년도 수출목표는 1억달러정도 차질이 있고 ②76년도 수출목표 35억달러의 달성을 어렵게하며 ③GNP의 4%에 이르는 생산저하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결과로 보아, 미국의 섬유류 수입제한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이 얼마나 심대한지는 가히 짐작할만하다 하겠으며, 업계가 궐기대회라는 비상수단을 동원하게 된 것을 동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섬유류 수입규제가 그와 같이 심각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 문제를 업계의 힘만으로 타개하려고 해서는 아니 될 것이며, 행정부와 국회, 그리고 업계의 단합된 노력으로써 문제를 타개해 나가야 할 줄로 안다.
그러나 사태가 여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부나 국회쪽에서 이 문제를 타개하는데 어느 정도 성실한 노력을 경주했던 것인지 우리로서는 솔직이 말하여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또한 사실이라 할 것이다.
우선 국민경제에 그토록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섬유류수입규제 문제에 대해서 우리 국회가 지나치게 무관심했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주지된 바와 같이 미국 의회는 섬유류 수입규제를 위해 벌써 오래전부터 각종 입법안을 제안해놓고, 행정부로 하여금 각 대상국과 자율규제 협상을 벌이도록 측면 지원하고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토록 국가이익을 위해 공동 노력을 하는데 우리의 의회는 여태까지 이 문제에 별로 관심조차 가지지 않고있다는 것은 좀 지나치지 않느냐는 것이다.
다음으로 대미교섭에 있어 우리 행정부는 미국의 수입규제가 가져올 심각한 타격을 십분 고려하여 지금까지 미국측의 움직임을 관망, 침묵해온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능동적으로 대미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물론 미국도 자국내의 문제가 그리 가볍지 않기때문에 세계 여론에 반하는 보호주의 정책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에서는 한편으로 원조가 종결내지 감축되는 마당에서 일종의 간접원조랄 수도 있는 대저개발국 수입을 규제하려는 미행정부의 처사가 도저히 납득하기어렵다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미협상에 있어 우리의 특수성을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한편 우리로서도 협상할 수 있는 신축성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무역협상에 있어 유일한 안이란 성립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제1, 제2 그리고 제3안을 마련해서 신축성있게 대응함으로써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이익을 찾아낸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끝으로 우리는 미국측에 대해서 최선의 우방국가로서의 불만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음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미국은, 이미 대한SA원조를 70년도를 마지막으로 종결하기로 했으며 DL도 향후 2∼3년안에 종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잉여농산물 공여도 앞으로 2∼3년안에 전액 유상으로 돌릴 방침으로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조야가 그위에 우리의 주축 수출상품인 섬유류에까지 엄격한 수입제한조치를 가함으로써 이중의 타격을 입게한다는 것은 지금 막 일어서려고 하는 한국경제에 지나친 부담을 주는 것임을 이해해주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것이 지난 25년간 피로써 맺어진 돈독한 한-미 협조관계에 흠을 준다면 커다란 상호손실이 아닌지 생각해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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