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의 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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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모래를 파헤치고 꽃씨를 뿌렸었다.
몇방울의 비를 예견했지만
저녁의 귀로에선 노상
목마른 아픔으로 울부짖었다.
실의의 손가락을 꺾어가면서
땀에 전 이불을 뒤집어 썼었다.
기대의 비가 내리던 아침에
초록빛 나는 세계는 수다스럽게
싱싱한 육신을 열어보였다.
하지만 우리 꽃씨는 싹트질않고
모래밭 귀퉁이에서 잠자고있었다.
꿈꾸고 있었다 우리는
잘린 가지에 움이 트고
빈깡통에 자양이 가득찼을 때
모든 세계를 타인의 손에
그 기대의 비는 안아다 주었다.
목마른 우리는 아직도 모른 채
끝내 그대로 묻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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