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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학자를 찾아(6)|승복입고 불교공부 불인 르베리에신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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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불교는 선종이 들어오면서 불교학의 면에선 쇠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불교를 연구하는 프랑스인 로제·르베리에신부(41)는 우리 나라 불교의 인상을 이렇게 말한다.
『8세기이래 경전연구가 줄어들고 있는데 특히 고려 불교는 화려하고 의식이 거창하지만 학문의 면에서 뒤졌습니다.』
여동찬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르베리에신부는 우리 나라 말을 조금도 어색하지않게 구사한다.
그는 동국대대학원 불교학과에 적을 두고 10월에 낼 석사학위논문 준비에 바쁘다. 논문 제목은 『신라·고려 도장법회에 관하여』.
그가 한국에 온 것은 56년5월17일. 『장면박사가 부통령에 당선되고 투표함을 사이에 두고 싸운 5·15선거땝니다』라 한다.
프랑스 렌느신학교에서 3년동안 철학을, 파리 외방전교회에서 3년동안 신학을 공부하고 릴르대학에서 수학을 2년동안 배웠다.
전교를 목적으로 왔지만 처음엔 한국어는 한마디도 몰랐다. 처음 4주동안 개인교수로 『가갸거겨』를 배웠고 그 다음엔 독습이었다. 국민학교 1학년 국어부터 시작해서 다섯 달이 지났을 땐 『자유롭게 돌아다닐 정도』까지 발전했다.
대구 삼덕동성당에서 일하면서 한국어를 익혀 한국에 온지 7개월만에 강론을 해버렸다. 선임신부가 없는 틈을 타서 용기를 냈는데 『칭찬이 말 못 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때 한국어 실력은 가히 알 수 있는 정도지만 굉장히 빠른 진도임에 틀림없다.
『10년을 살아도, 또 한국어를 알아도 한국을 잘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 전통적 사상을 알아야 합니다. 포교를 위해서도 동양의 사고방식과 그 표현을 알아야 할겁니다. 그래서 작년 3월 동국대에서 불교를 배우기 시작했다. 『불교와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도 불교적 사고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불교는 아주 뿌리깊은 것입니다. 제가 불교를 배우는 것은 불교인 가톨릭신자로 개종시키려는데 뜻을 둔 것이 아니고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섭니다.』
불교공부를 위해 작년 여름에는 봉선사에서 승복을 입고, 함께 생활까지했다. 이운허스님에게서 경도 배웠다. 가부좌는 며칠동안 곤란했지만 『남의 종교를 연구하려면 먼저 거기에 배울 것이 있다는 신념을 가져야한다』는 생각으로 정진했단다.
한자도 지금은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고려사절요』를 떠듬떠듬 읽는 정도.
불교의식을 보면 그 나라 종교의 경향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는 법회를 연구한다.
『고려의 도량법회는 너무 잦아요. 국가가 주최하는 이런 행사가 주에 몇번씩이나 막대한 비용때문에 국가가 흔들립니다.』
거기다 승이 될 마음도 없이 승이 되니 권력과 접근하기 마련. 그래서 『왕권 너무 믿다가 이조때 탄압받으니 불교가 쉽게 물러앉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광수의 흙, 김동인의 젊은 그들로부터 정연희의 석녀에 이르는 많은 한국소설도 읽었다. 말로의 인간조건, 모리악의 파리새 여인등도 한글역으로 읽었다. 또 이광수 무명을 불역했고, 이혼자 자녀의 백서를 한국어로 옮겼다.
한국불교에 대한 비만도 날카롭다. 『한국불교는 현대화를 위해 우선 절을 인가에 가져와야 합니다. 다음에 수도승과 포교승을 구분해 두어야겠습니다. 또 공부하는 젊은 승을 분석하는 병에 걸렸다고 꾸짖는 노승들도 반성해야겠습니다. <공종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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