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4)상혼이 물들지 않는 과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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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보사부가 오는 6월부터 「도마도」·수박·참외등 세 가지 과일에 대해 생산자·생산지·생산연월일 등을 적은 표지를 의무적으로 달도록 권장하고 7월부터는 이것을 강력히 실시 단속, 어기는 자들을 엄중히 다스리겠다고 한 것은 주부들에겐 소나기처럼 시원한 소식이다.
여름은 푸성귀와 과일의 계절이다. 우리들의 식탁은 어느 때 보다 풍성해지고 가족들의 왕성한 식욕을 채우기 위해 식탁을 준비하는 주부들은 즐겁고 보람찬 계절이기도하다.
그러나 지난 21일 10원 짜리 냉차한잔을 길거리서 사 마신 운전사가 왼손이 마비, 어린이를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은 여름철에 부푼 우리들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었다.
냉차 속에 섞여있었을 유해 감미료와 색소가 과일 속에도 들어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돈벌이에 눈이 어두운 일부상인들이 덜 익은 과일을 익은 것처럼 보이게 하기위해 빨간 물감주사를 놓고 있다는 이야기는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주부들이 빨간 「도마도」와 수박, 그리고 참외를 보며 군침을 삼키기 전에 물감주사를 꽂지 않았나 살펴야하고 싱싱한 상치를 고르면서도 혹시 기상천외의 술수가 숨어있지나 않을까 의심스런 눈초리를 가져야 한다는 현실은 여름을 공포의 계절로 만들고있다.
지난 한햇동안 독극물에 의한 피해 중 50%가 농촌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이것은 병충구제 목적으로 사용한 파라티온, 폴리도르 등의 독한 농약 때문이었다.
주부들은 과일껍데기에도 이와 같은 농약이 묻어있지 않나 주의를 기울이면서 씻고 또 씻는 불안 속에서 또 다시 물감으로 익은 풋과일이 아닌가 살피느라고 이중 삼중으로 신경을 써오고 있는 것이다. 일부 몰지각한 생산자와 장인들은 빨간 물감을 풋과일에 주사하는 종래의 수법에서 하루속히 손을 떼야한다. 당국의 강력한 단속이나 처벌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바로 당신의 이웃과 친척이 그것을 먹고 불행한 일을 당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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