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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공산권의 이단 유고서의 일주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장덕상 주불 특파원은 지난 5월 10일 유고의 스플리트서 개막된 세계 농구선수권대회의 취재를 위해 공산국가인 유고에 입국했다. 공산권의 이단자라 불리는 유고에 l주일동안 체류하면서 장 특파원이 보고들은 『있는 그대로의 유고』를 소개한다.【편집자】<장덕상 특파원>
5윌9일 토요일 파리의 오롤리 공항을 하오 5시에 떠난 JAT(유고여객기)는 저녁8시45분 베오그라드에 도착했다. 벌써 어둠이 깔렸다.
패스포트 검사원은 내 여권을 뒤적이며『야판?』(일본인)하고 묻는다.『코리아』라고 대답했더니 『수드·코레야?』(남한)라고 다시 묻는다. 순간 나의 등엔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예스』라고 하자 도장을 쾅 찍어준다. 짐을 찾아 세관원 앞에 섰다. 세관원이 제복을 입지 않고 평복을 하고 있어 겁이 덜났다. 역시『야판?』하고 묻는다.『노! 코리아』 라고 대답하자 아래위로 한번 훑어 본 뒤 그냥 가라고 한다.
입국수속이 너무 쉽게 처리되자 즐겁기 보단 더 공포증이 가중되기만 했다. 나는 세관구역 내에서 약15분 동안 짐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망설였다. 이곳을 빠져나가면 공항대합실로 들어서게 된다.
안내엔 험상궂게 생긴 곰보 여인이 앉아 있었다. 메트로몰·호텔에 방을 부탁했더니 안내원은 퉁명스럽게 모두 만원이고 유고슬라비아·호텔에만 빈방이 있다고 한다.
70 디나르(6달러)를 안내원에게 내고 택시 표를 사서 택시를 탔다. 운전사는 대기해 있다가 돈 대신 표만 받고 손님을 태운다. 모두가 국영이라 운전사도 돈 대신 전표만 받고 손님을 태우는가보다. 차는 이탈리아 제 피아트였다. 택시운전사는 영어를 거의 못했다. 길은 별로 좋은 편이 아닌데도 차가 막히지 않아 시속 1백20㎞로 달린다. 시내입구에서 앞차가 교통위반에 걸렸다. 그래서 우리 차가 잠시 멎게되자 운전사는 『크레이지·폴리스』(미친 순경 놈)이라고 뒷자리를 돌아다보며 중얼거렸다.
15분 후에 유고슬라비아 호텔에 도착했다. 첫눈에 어마어마한 호텔임을 알 수 있었다. 10층 건물에 방이 1천60개, 유럽 최대의 호텔이었다. 규모나 시설에 있어 유럽 어느 호텔에도 뒤지지 않았다. 넓은 테스·카페에다 실내수영장, 카지노, 카바레 등 시설은 일류급이다. 기념품가게엔 르·몽드, 르·피가로, 파리·마치, 렉스프레스, 엘 등 프랑스의 유수한 일간지 및 잡지와 디·벨트를 비롯한 슈테른 데어·슈피겔 등 서독의 일간지 및 주간지를 팔고있다.
10일 아침 4시 반 유고슬라비아·호텔을 출발, 베오그라드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벌써 해가 떠올라 있고 아침공기는 훈훈하다. 새벽공항은 역시 쓸쓸하다. 공항규모는 김포보다 작다. 구내 카페서 새벽 비행기를 탈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스플리트 행 비행기는 JAT회사의 프러펠러 달린 캐러벨이었다. 휴가 가는 것으로 보이는 여직공 타입들이 많다. 화장도 수수하고 옷도 간소하다. 간혹 파리의 유행 그대로 긴 나팔바지에다 가짜 눈썹을 달고 테가 큰 색안경을 쓰고있는 아가씨도 보였다. 여자들도 대부분 담배를 피우고 명랑한 얼굴로 대화를 나눈다.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웃는 얼굴들을 보았다.
옆자리에 해군 사관생이 앉았다. 그는 담배를 한대 권하면서『수드·코레야?』라고 묻는다.
그는 어제 2차 대전 해방기념일을 맞아 퍼레이드에 참가한 뒤 다시 스플리트기지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는 스플리트 농구경기장 앞에 게양된 한국기를 보았다고 말하며 친절히 스플리트에 관한 설명을 해주고 오늘밤 경기장서 만나자고 말했다.
스플리트 시는 인구 10만의 유고의 둘째가는 항구도시다.
야자수 즐비한 티토 가는 남 불의 니스를 닮았다. 니스가 가발과 가짜눈썹과 분과 루지로 단장한 파리젠이라면 스플리트는 수수한 시골처녀다. 이 시골색시에 반한 서구의 관광객들이 이곳서 자연과 햇볕을 만끽하고 있다. 작년에 스플리트를 찾은 관광객은 1백 만명…. 이들은 미국·영국·서독·네덜란드·프랑스에서 몰려오고 있다. 1년에 3억 달러의 상품이 이 항구를 통해서 들어오고 1백만 관광객은 연간 1억 달러를 쏟아 놓는다.
연평균 기온은 16도. 기온이 제일 낮은 1월이 7.2도, 7월이 26도로 가장 높지만 따지고 보면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이상적인 기후다. 연간 햇볕 나는 시간 수는 2천6백74시간으로 유럽에선 니스 다음으로 햇볕 잘 드는 휴양지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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