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열 피아노독주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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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년 만인 이번 김순열씨의 피아노독주회(12일 국립극장)는 천직에의 뜨거운 애정과 묵묵히 예술을 다듬어 가는 순박한 인간미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청중에게 더 큰 공감을 주었고 또 갈채를 받았다.
특별히 베토벤의 소나타에 집념한 그의 지향설정이 더 큰 주목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미 그것의 실천으로 의욕이 돋보이고있는 터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마치 헝클어진 실뭉치를 한 올씩 풀어가듯 난 곡에 임하는 그의 모습은 진지하고 신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긴장으로 인해 정념의 폭이 제한되었다는 인상이기도하다.
하지만 기성관념의 거부와 음 예술이 처음부터 내포하고있는 선험적인 문제사이에 팽팽하게 줄이 맞당겨진 긴장 속에서 연주된 그의 강직성적터치는 오히려 끈끈한 느낌이 없어 좋았다.
소나타9번은 부분적으로 리듬이 변질되었었고 17번 템페스트(폭풍우)는 곡 자체의 이디엄처리가 까다로운 탓도 있었겠지만 어딘가 곡상에 너무 치우친 나머지 표현에 약간의 무리가 있었다. 아무래도 그에게는 조용히 내면을 채워가다 걷잡을 수 없이 몰아치는 분출형이 어울릴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23번 아파·소나타(열정)는 가장 성격적인 일품일 수 있었다.
격한 템포를 타고 있으면서도 불안하지 않았던 것은 기교에만 의존하지 않고 정신력으로 해결하려는 음악적인 메타포를 다분히 의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그의 타게트이기도 한 베토벤·소나타의 마스터에 더 깊은 관심을 갖게 해주었다. 김무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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