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官災 지하철 참사 엄중 문책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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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의 원인과 전개 과정을 보면 엄청난 피해는 결국 고질적인 인명 경시 풍조, 안전불감증이 부른 관재(官災)였다. 당시 기관사와 지령실의 대화 내용을 보면 지하철공사 측의 안일한 대응 때문에 피해가 엄청나게 확산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 운행 중인 지하철 전동차량의 재질이 수출품에 비해 내연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나 이미 감사원에서 대구 지하철의 역사 환기 기능에 대한 문제점 지적이 있었는데도 방치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으니 참사가 오래 전부터 예견된 상태였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무엇보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진 전동차 기관사와 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의 초등 대응이 너무도 허술하고 상식 밖이다. 전동차 운전 및 전력사령실 근무자들은 CCTV를 통해 화재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반대편 차선 전동차의 진입을 허용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수많은 승객을 태운 전동차를 불 속으로 뛰어들라고 지시하는 게 제정신인가. 화재가 난 전동차 기관사와 연락하느라 반대편 전동차를 즉각 세울 수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교신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더구나 반대편 전동차 기관사가 사건현장을 떠나 상급자와 동료를 여러차례 만난 뒤 10여시간 만에 경찰에 출두한 행적은 당시 근무자들의 직무유기 등 잘못을 감추려 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또 단전 상황인데도 전동차 발차와 대피 안내방송을 하도록 지시했다는 점도 의문이다. 더욱이 화재 발생 20여분이 지난 뒤 운행 중인 다른 전동차를 통제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평소 재난 대비책은 전혀 없었던 셈이 아닌가.

불이 났을 때 진행하는 열차는 무조건 통과하도록 돼 있는 지하철공사의 안전방재관리계획서 규정마저 지켜지지 않은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철저한 원인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이번 참사처럼 대형 관재참사의 경우 관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처벌로 일벌백계의 경종을 울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