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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빠지면 … 여권 유정복 거론, 야권 원혜영 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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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년 6회 지방선거(6·4)를 앞두고 정치권이 꿈틀대고 있다. 지난 2010년 5회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결과는 민주당의 승리였다(민주당 7곳, 한나라당 6곳, 선진당 1곳, 무소속 2곳). 현재(세종시 포함)는 새누리당 8곳, 민주당 8곳, 무소속 1곳이다. 새누리당은 지방권력 탈환이, 민주당은 대선 패배 분위기의 반전이 목표다. 제3의 정치 세력화를 노리는 안철수 의원 진영은 신당의 교두보 확보를 노리고 있다. 지난 5차례의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한 것은 2회 선거(1998년) 한 차례뿐이다. 그나마 2회 선거는 정부 출범 석 달여 만에 실시됐고,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공조가 유지돼 여당 프리미엄이 많았다. 하지만 나머지 선거는 전부 여당의 패배로 끝나 집권 세력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박근혜정부 출범 1년3개월여 만에 치러지는 내년 지방선거도 박근혜정부 중반의 향배를 가름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승리하면 박 대통령은 여유 있게 집권 중반의 국정 장악력을 유지하고, 여권 주류인 박근혜계의 입지도 더 공고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패배하면 여권 내 리더십 붕괴와 권력 갈등의 혼돈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야권에도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지방선거는 제1야당인 민주당과 독자세력화를 노리는 안철수 세력 간 본격 경쟁의 신호탄이며, 민주당 내부적으론 비노 김한길 대표 체제의 존속 여부를 결정할 분기점이다. 안철수 신당이 약진할 경우 민주당의 제1야당으로서의 지위는 위기를 맞게 되며 ‘비노무현계 연합군’을 이끌고 있는 김한길 체제는 타격을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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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추대론 … 정몽준·진영 후보군

서울  민주당엔 요즘 들어 부쩍 ‘박원순 추대론’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는 굳이 경선을 하지 말고 박 시장을 추대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엔 박 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던 안철수 의원 진영이 독자 후보를 내지 못하도록 한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경선을 해서 안 의원 측에 후보를 낼 빌미를 주지 말자는 뜻이다. 드러내놓고 얘기를 하지 않아 그렇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촉수가 온통 지방선거용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은 서울 탈환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총선 때 서울에서 크게 밀린 새누리당은 3선의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말고는 원내에 마땅한 후보감이 없다. 이 때문에 현재 주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김황식 전 총리, 안대희 전 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 이혜훈 최고위원,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김영란 전 대법관 같은 원외 인사들이다. 특히 김황식 전 총리의 이름이 비중 있게 거론된다. 호남 출신에다 총리 시절 보여준 안정감 등이 박 시장을 상대하는 데 유리하다는 논리지만 아직은 본인이 출마 의사가 있는지조차 불투명하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외부 영입 카드보다 7선의 정몽준 의원을 후보로 추대해 ‘빅 매치’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 의원이 서울시장 탈환에 성공하면 당내 차기 1순위가 될 것이기 때문에 그로서도 해볼 만한 도전이란 것이다.

서병수 채비, 정의화·유기준 나설 듯

부산  새누리당에서 물밑경쟁이 가장 뜨거운 곳은 부산이다. 현 허남식 시장이 3선 출마 제한에 걸려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계 핵심으로 꼽히는 4선의 서병수 의원이 일찌감치 시장 준비에 돌입했고, 같은 박근혜계 중진인 3선의 유기준 최고위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기에 40대 기수론을 앞세운 재선의 김세연·박민식 의원이 지역 여론조사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조만간 지역 최다선인 5선의 정의화 의원, 시당위원장인 재선의 이진복 의원이 경쟁에 가세할 태세다.

 만약 서 의원의 도전이 실패로 끝나면 친박 주류의 독주에 제동이 걸리면서 당내 세력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박근혜계 내부의 분화 및 재편성을 몰고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부산의 유력자인 김무성 의원의 의중이 주목되고 있다. 당 실세였던 서 의원이 지난해 총선 공천과 지난 4월 영도 재선거 공천 때 김 의원을 견제했다는 설 때문에 김 의원과 서 의원은 불화설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의 측근은 “김 의원이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려면 굳이 특정 인사를 밀어서 다른 후보들의 원성을 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약세를 인정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시당 관계자는 “정당 지지도로 보면 새누리당이 40% 후반이고 민주당은 20%안팎”이라며 “획기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내년 선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서 김영춘 전 의원, 오거돈 전 해수부 장관, 조경태 의원 정도가 후보로 거론된다.

여권 정병국·원유철, 야권 김진표까지

경기  김문수 경기지사는 차기 대선을 위해 내년 지방선거는 불출마하는 쪽으로 생각을 정리해가고 있다. 경기지사 3선에 도전하기보다는 내년에 치러질 경기지역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통해 원내에 복귀하겠다는 의사가 강하다. 이를 예상한 듯 민주당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범친노 그룹으로 분류되면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도 가까운 원혜영 의원은 지난 6월 독일을 방문 중 현지에 체류 중인 손 전 대표에게 출마 의사를 알렸다. 부천시장 출신의 원 의원은 원내대표를 지낸 4선 중진이다. 그는 최근 같은 당 김진표 의원에게도 출마 결심을 전했다고 한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유시민 후보에게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넘겨준 김진표 의원은 이번에도 경기지사 후보로 거론돼 왔다.

 새누리당에선 박근혜계 주류인 3선의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유력한 대안카드로 꼽힌다. 비주류 진영에선 4선의 정병국·원유철 의원도 출마 준비를 하고 있다. 유 장관은 박 대통령의 직계 중 직계이고 정·원 의원은 이명박계 출신이라 경선으로 갈 경우 계파 대결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선거 경쟁력만 놓고 본다면 현재로선 김 지사 만한 후보가 없다는 게 새누리당의 고민이다. 서울시장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새누리당으로선 서울과 함께 양대 승부처로 꼽히는 경기도만큼은 수성해야만 할 입장이라 김 지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작업이 막판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경기도 선거의 또 다른 변수는 안철수 진영이다. 민주당 인사는 “안 의원은 자신이 만들어준 박 시장과 경쟁 관계로 나서기보다 경기지사에 집중하는 게 부담이 덜할 수 있다”며 “이 경우 경기지사 선거가 야권 주도권 경쟁의 바로미터가 된다”고 봤다. 야권에선 안철수 진영의 후보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를 지낼 때 정무부지사를 지냈던 김성식 전 의원이 거론되지만 안 의원 측에선 "민주당 혼자 생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광주시장·전남지사 … 민주당 vs 안철수

호남  호남에선 민주당과 안 의원 진영의 전면전이 예고된 상태다. 민주당이 안 의원 측에 광역단체장을 넘겨줄 경우 호남의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는 반면 안 의원 측이 호남에서 교두보 확보에 실패하면 ‘안철수 신당’에 제동이 걸릴 게 분명하다. 민주당과 안 의원 측 모두 상대에 흡수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게 호남 선거다. 광주에선 강운태 현 시장이 재선에 도전한 가운데 강기정·김동철·이용섭·장병완 의원 등이 도전자로 거명된다. 전남지사엔 이낙연·주승용 의원이 적극적이고 박지원 의원의 출마설도 현지에선 있다. 광주에선 시장 출마설이 도는 윤장현 전 광주YMCA 이사장,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등과 안 의원 진영의 연계설이 나오고 있다. 안 의원 측 전남지사론 김효석 전 의원 등이 의사를 피력했다고 한다.

채병건·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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