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국정원발 정국 경색, 청와대가 풀 때가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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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나흘 뒤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국정조사가 끝난다. 지금까지 증인 채택 범위, 청문 형식 등을 놓고 여야가 싸우는 통에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진상규명과 국정원 개혁을 목표로 한 이번 국정조사는 불임(不姙)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벌써부터 특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장외투쟁의 강도를 더 높이자는 주장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임시국회를 단독으로 소집했지만 민주당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국회가 어떤 상황인가. 이명박정부의 마지막 결산을 점검해야 하고, 다음해 예산안을 심사해야 할 시기다. 세제개편 등 민생과 직결된 법안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조사를 둘러싼 여야의 대치는 민생을 볼모로 한 정쟁일 뿐이며, 정치불신을 자초하는 길이다. 대의정치의 주역들에게서 도무지 정치력을 찾을 수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이렇듯 꽉 막힌 상황에선 국민의 시선이 청와대로 향하는 법이다. 물론 국정원 국정조사의 파행은 어디까지나 여야의 책임이지 대통령이 나설 일은 아니다. 하지만 댓글,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등 국정원의 문제에서 비롯한 정국 경색이 민생 현안을 가로막는 것을 내버려둬선 곤란하다. 그런 의미에서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로서 박근혜 대통령이 나설 때가 됐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미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개혁을 맡겼지만 국정원의 ‘셀프 개혁’을 누가 납득하겠나. 국회 역시 입법권을 가지긴 했으나 여야의 대립 탓에 개혁 주체가 되기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결국 청와대가 국정원 개혁안을 내놓든지, 개혁을 추진할 독립 조직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당장 큰 수술이 어렵다면 개혁의 로드맵을 제시해도 된다. 이를 여야 대표들과 만나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개혁의 큰 방향은 이미 나와 있다. 안보 태세를 강화하는 정보기관으로서의 역량은 더 키우되, 권력에 의한 사유화를 막자는 데엔 누구나 공감한다. 또 업무 범위의 조정도 필요하고, 감독도 강화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선 정국 경색의 돌파구를 찾기도, 향후 국정운영의 동력을 얻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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