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망·후추첨 방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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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시 교위는 1일 내년도부터 서울시내 중학 진학자의 무시험 추첨에 있어 종래와 같은 기계적 추첨방식을 지양, 이른바「선 지망·후 추첨」방식을 일부 가미할 것을 검토중이라고 발표했다. 서울시 교위의 이와 같은 방침은 종래의 기계적 추첨방식이 지정한 학생·학교의 종교적 선별무시, 통학거리상의 현저한 모순등을 일절 무시함으로써 교육의 자주성을 규정한 헌법정신에 위배되고 있었을 뿐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거의 구제할 길이 없는 여러 문제들을 수반했었기 때문에 취해진 반성의 결과라고 할 것이다.
이런 경지에서 서울시 교위가 내년도부터 학생들의 제1차적 지망학교와 종교적 선호 및 통학거리상의 변리등 세가지 요소를「컴퓨터」의「프로그램」과정에 포함시켜 종래와 같은 기계적 단일추첨제의 모순을 극복하라고 시도한다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적절한 구상이라고 할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안에 대해서는 두가지 입장에서 반론의 여지가 있을 줄 안다. 즉 그 첫째는 이와 같은「선 지망·후 추첨」방식이 애당초 추첨제 자동진학제를 실시했던 본래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 하는 것이고, 둘째는 기왕 그와 같은 정책을 시도할 바에는 ①지정학교에 대한 제1차적 선호 ②종교적 이유에 의한 선호 ③통학거리상의 변리등 세가지 요소뿐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학생 개개인의 지능·학력차등의 균형된 배분을 위한 고려까지를 포함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일 것이다.
그런데 위 두가지 반론중 전자의 논거는 매우 희박한 것임을 쉽사리 짐작할 수 있을 줄 안다. 왜냐하면 종래와 같은 기계적 추첨방식이 갖는 위헌적 요소를 논외로 한다면 서울시교위가 새로 구상중에 있는 이른바「선 지망·후 추첨」방식역시 동일 학군내에서의 기계적 추첨임에는 본질적으로 아무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기왕 종래 방식이 가진 여러 모순점등을 시정하려고 할 바에는 보다 만족할 만한 제3의 방식이 있음직도 하다는 견해는 충분히 경청의 가치가 있음을 부인치 못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이해 역시 그러한 제3의 방식은 충분히 가능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4일에 실시된『중학교 무시험 진학결과에 대한 분석』을 주제로 한「세미나」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추첨제 실시후 중학에 진학한 학생들의 지능 및 학력편차는 모든 학사에 걸쳐 대체로 고루 배분돼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교에서는 비교적 많은 천재아, 또는 저능아·정신박약아등 이른바 지진아를 상대적으로 많이 수용하고 있어 이것이 학급편성과 수업진도상 많은 저해요소를 형성하고 있었음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에라도 따로 천재아 및 지진아들을 수용하기 위한 특수학사를 걸립할 수 없는 오늘의 실정하에서는 지능·학력차의 순열·조합적 균등배분을 위한 고려는 극히 바람직하고, 또 그것은「컴퓨터」의 사용으로써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서울시 교위의 구상에 원칙적인 찬의를 표하면서 우리는「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안에서 보다 이상적인 추첨방식을 고려해 볼 것과, 여전히 현격한 각 학교간의 학교차 해소를 위해 과감한 평준화대책을 실천해 주도톡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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