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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군부 비상사태 선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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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집트 카이로 나흐다 광장을 점거하고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복귀를 촉구해 온 시위대가 14일(현지시간) 부상자를 옮기고 있다. [카이로 로이터=뉴스1]

이집트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를 유혈진압한 뒤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아들리 만수르 이집트 임시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국영TV에 출연해 이날 오후 4시부터 한 달 동안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군과 내무부는 경찰을 도와 치안 유지에 노력하라고 명령했다.

 이집트 보안군은 이날 오전 6시 장갑차와 불도저를 동원해 시위대 무력 해산작전을 단행했다. 외신에 따르면 보안군은 무르시 지지자들이 한 달 넘게 농성을 하고 있는 카이로 나스르시티 라바 광장과 기자지역 카이로대 앞 나흐다 광장 등 두 곳을 급습했다. 최루가스를 쏘면서 시위대가 쌓은 장애물을 불도저 등으로 제거했고 이 과정에서 발포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와 보안군의 충돌로 현장은 검은 연기로 뒤덮이며 순식간에 전쟁터로 변했다. CNN과 BBC 등은 현장에 있던 무르시 지지자들의 말을 인용해 “진압작전 중 곳곳에서 총소리가 들렸으며 적지 않은 사람이 총을 맞고 숨진 것 같다”며 “보안군이 무장을 하지 않은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사상자 수 집계는 엇갈린다. 이집트 보건부는 “전국에서 95명이 숨지고 874명이 부상당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위를 주도해 온 무슬림형제단은 “사망자는 최소 250명이며 부상자는 5000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크고 작은 충돌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어 사상자 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과도정부의 시위대 강제 해산에 대해 국제사회는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이집트 과도정부의 폭력 진압을 비난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유엔과 아랍연맹이 나서 이집트 참사를 멈추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카타르·이란 정부도 이날 유혈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이집트 과도정부는 시위대를 향한 발포는 부인했다. 과도정부 측은 “농성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군은 최루가스만을 사용했다”며 “이날 작전으로 보안군도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최익재·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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