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항공 기내 편의시설 업그레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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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즈니스클래스에서 승객이 여유롭게 와인을 즐기고 있다. 2 이코노미클래스에서 한 가족 여행객이 기내식을 먹고 있다. 기내식은 최상의 맛을 위해 기압 테스트를 거친 후 제공된다.

해외 여행의 시작과 끝을 보내게 되는 장소는 대부분 항공기의 좌석이다. 지루하게 비행 경로만 쳐다보다가 잠을 청한다면 재미가 없다. 기내에서도 즐길 것은 얼마든지 있다. 새롭게 선보인 싱가포르항공의 기내 시설과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소개한다.

개인의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트렌드가 항공사 기내 서비스에도 반영되고 있다. 승객 편의를 위해 간편하게 기기 조작을 할 수 있게 하고 아늑한 느낌이 나도록 좌석을 디자인하기까지 한다. ‘세계 항공사 톱 20’에서 1위를 차지한 싱가포르항공이 최근 전 세계 언론사 기자들을 초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BMW가 디자인한 퍼스트클래스

싱가포르항공은 9월부터 일부 항공기의 퍼스트클래스·비즈니스·이코노미석에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기내 시설을 선보인다. 막 쉬와 싱가포르 항공 부사장은 “항공기를 타는 승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우선했다. 인체공학적 설계가 기내에 반영돼 편안함과 편리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공개된 신형 기내 시설을 직접 둘러본 언론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본지를 포함한 미국 CNN과 일본 NHK, 영국 BBC 등의 각 언론사 관계자는 직접 좌석에 앉아 터치 스크린을 조작하며 관심을 보였다.

이번에 선보인 기내 시설에서 눈에 먼저 띄는 것은 디자인이다.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들과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작업한 결과다. BMW 그룹의 ‘디자인웍스 USA’가 퍼스트클래스, ‘제임스파크 어소시에이츠(JPA)’가 비즈니스석 디자인을 각각 맡았다. ‘매시브 인터랙티브’는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구축작업을 담당했다. 항공사가 디자인 회사와 제휴하는 경우는 드물다.

퍼스트클래스는 현존하는 항공기의 퍼스트 클래스 중 공간이 가장 넓다. 가로 89㎝, 세로 208㎝의 침대로도 전환이 가능하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됐다. 개인 공간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각 좌석은 조개 껍데기 모양의 고정된 등받이와 곡선 형태의 측면 패널로 구성됐다. 실제 앉아보니 아늑한 방 안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사생활 보호 기능이 중시된 디자인이다.

등받이시트 쿠션과 측면 베개 제공

승객 편의를 위한 제어장치도 추가돼 비행 도중 휴식을 취하고자 할 때 언제든지 기내 모니터를 자유롭게 끌 수 있다. 좌석에 설치된 조명은 독서나 업무를 하기에 적당하도록 색상·강도가 조절된다. 좌석 옆에는 가죽으로 된 맞춤형 짐 칸과 USB포트가 마련돼 있다.

비즈니스클래스도 곡선형 디자인이 강조됐다. 앞뒤로 132°까지 펼쳐지는 좌석은 비행 도중 지친 몸을 눕히기에도 좋다. 마찬가지로 좌석 측면에는 각종 소모품과 서비스 용품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업무를 보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노트북을 놓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이코노미클래스의 경우 편안함이 중시됐다. 모든 좌석에 등받이 시트 쿠션과 측면 베개가 제공되며 머리 받침대의 높이 조절 범위도 넓어졌다. 기존의 이코노미클래스가 좁고 불편해 발생한다는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을 무색하게 하는 편의성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전 등급 좌석에 배치된 터치 스크린은 이번 신규 기내 시설 도입의 하이라이트다. 싱가포르항공의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인 ‘크리스월드(KrisWorld)’가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기내 오락 및 통신 시스템업체인 ‘파나소닉 아비오닉스’의 차세대 시스템이 크리스월드에 도입된 덕분이다.

새로운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한 크리스월드는 각 좌석에 LCD(액정표시장치) 화면과 비디오 터치 스크린 단말기를 제공한다. 단말기의 넓이도 좌석에 따라 2~8㎝가 넓어졌다. 이코노미클래스의 경우 터치 스크린을 통해 1000개가 넘는 주문형 엔터테인먼트 옵션을 탐색할 수 있게 된다. 주로 영화·쇼핑·게임 등이다.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옵션을 다중으로 선택할 수 있다. 비행 도중 최신 영화를 보며 동시에 뉴스 헤드라인을 보거나 항공기 비행 경로를 탐색할 수 있다. 좌석 앞의 단말기를 손으로 가볍게 두드리면 ‘빠른 검색’ 기능이 실행돼 엔터테인먼트 옵션 목록을 나열하는 기능도 있다.

기압 테스트 통과한 ‘셰프의 기내식’

특히 비행 도중 제공되는 기내식은 실제 비행시 환경과 동일한 기압에서 자체 테스트를 거쳐 맛을 최적화하고 있다. 기내식은 맛이 없다는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서다. 여러 명의 셰프들이 기압 테스트를 통과한 기내식을 맛보며 심사한 뒤 통과된 기내식만이 기내에서 제공된다.

크리스월드 계기판에 포함된 ‘알림 센터’는 비행 관련 정보를 알려준다. 기내 공지 사항의 빈도를 줄여줘 승객이 영화를 볼 때 잦은 알림으로 방해를 받지 않도록 도와준다. 탄 피텍 싱가포르항공 서비스 부문 부사장은 “지난해 인터넷과 모바일 데이터 연결 서비스를 기내에 도입했고, 올해에는 차세대 크리스월드의 하드웨어를 통해 다양한 콘텐트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글=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싱가포르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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