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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 출신 박장식씨의 취업성공 스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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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계열사 연구원으로 취업한 박장식씨가 자율주행자동차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한기대]

지방 공업고등학교 출신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대학생이 자신의 재능을 살려 대기업 계열사 연구원으로 입사해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생산직 취업을 생각했지만 남다른 열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님의 권유로 4년제 대학에 진학했고 자신의 재능을 살려 석사 졸업과 동시에 첨단기술회사 전문 연구원으로의 인생을 새롭게 열어가게 됐다. 박장식씨의 취업성공 스토리를 들어왔다

“공고 출신인 제가 국내 굴지의 방위산업 첨단기술회사 연구원으로 당당히 합격한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한기대 기계공학부 석사과정을 졸업하는 박장식(29)씨. 그는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에 있는 방위산업 관련 회사인 LIG넥스원 로봇 분야 연구원에 합격해 12일부터 부푼 마음을 안고 첫 출근길에 나섰다.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전국대회 입상

그는 지난 2003년 울산 현대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만해도 고졸 학력에 맞는 기업에서 일하거나 전문대를 진학하려는 ‘낮은 목표’를 세운 평범한 청년이었다. 하지만 유난히 기계분야에 남다른 열정과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 부모님은 그를 평범한 인재로 살게 놔두지 않았다. “한기대를 잘 몰랐는데 부모님이 좋은 대학이라며 꼭 진학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결과적으로 오늘의 박씨를 있게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은 부모님의 선견지명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한 전문계 고교 출신의 경우 인문계에 비해 수학이나 영어 실력이 떨어져 대학에서의 수업과정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그 역시 이런 어려움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높은 학점을 받기도 힘들었다. 반면 각종 실험실습과 컴퓨터응용기계를 전공한 공고출신의 강점을 가진 그는 이론과 실험실습을 절반씩 편성하는 대학 커리큘럼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었다.

 “학부성적이 안 좋다 보니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만의 경쟁력을 갖추는 게 난관을 극복하는 돌파구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는 3학년 때 필수과목인 공학설계 과정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데 전력을 다했다. 3명이 팀을 꾸려 담당 교수 지도아래 6개월간 밤샘 작업을 하며 탄생한 로봇은 기계공학부에서 만든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전국 로봇대회에 입상하며 자신감을 갖게 된 그는 로봇 설계에서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힘든 과정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대학원에서 자동차 만들며 전문성 높여

그는 4학년(졸업반)이 되자 고민이 생겼다. 학점이 좋지 않아 다른 친구들처럼 대기업에 취업한다는 것이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고 그를 지도했던 지도교수의 권유로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다. 그는 기계공학부 대학원에서 진행하는 ‘무인자율주행자동차 프로젝트’ 연구팀 팀장을 맡으면서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전공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타 전공 동료들과 공동 연구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는 교수지도 아래 자동차의 전장부, 핸들, 기아변속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을 설계·제작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 결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주최하는 미래자동차 기술공모전 ‘자율주행자동차 경진대회(Autonomous Vehicle Competition)’에서 2010년과 2012년 혁신상(4위)을 수상했다.

전공능력을 향상시키고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 외에도 박씨는 얻은 것이 많다. “외국 유학생들과 함께 연구활동을 하면서 토론, 브레인스토밍 등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외국어 실력과 전공영어 실력도 크게 향상됐고 어학연수를 한 번도 가지 않았지만 회화실력은 연수를 받은 학생보다 좋아지더군요. 글로벌 마인드도 자연스럽게 형성됐죠. 또 다른 전공 학생들과 함께 자동차를 설계하면서 다양한 전공 능력도 함양하게 됐습니다.” 그는 석사과정 동안 폴리텍 대학에서 기계·선반 밀링 실습을 가르치는 강사로도 활동했다.

 그에게 있어 무인자율주행자동차는 학부생 시절 로봇을 만들면서 또 다른 열정을 갖고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열게 해 준 구세주와도 같다. 자동차는 그가 목말라 했던 취업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무인자율자동차에 적용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맡아 발표하면서 이를 눈 여겨 본 업에서 그를 공채시험을 통해 채용했다.

 그는 “끝까지 응원해주고 믿어준 부모님과 대학원 생활을 하며 방황할 때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힘들어 할 때 말없이 기다려 주고 새로운 용기를 북돋아 준 지도교수와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값진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연구장학생과 교육조교 역할을 하며 받은 학비와 생활비로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었고 대학원에서 습득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능력을 향상시키는 밑거름이 됐다”고 밝혔다.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머리·몸통·팔·다리 등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형태를 지닌 로봇을 뜻하는 말로 인간의 행동을 가장 잘 모방할 수 있는 로봇이다. 인간형 로봇이라고도 한다.

◆자율주행자동차(Autonomous Vehicle)=운전자의 도움 없이 레이더, 카메라와 같은 주행환경 인식장치와 GPS와 같은 항법장치를 기반으로 조향·변속·가속·제동을 스스로 제어해 목적지까지 주행할 수 있는 차량을 말한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는 1991년 고용노동부가 설립한 공학계열 및 HRD 특성화 대학이다. 학부생 3800명 대학원생 500명 등 총 4300명이 재학 중에 있다. 한기대는 2012년 교육부 대학 취업률 발표에서 82.9% 비율로 전국 4년제 대학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2012년 취업생 46.1%가 대기업(삼성·현대·LG·두산·STX 등), 15.3%는 공기업 및 공공기관(포스코·한전·KT 등)에 취업했다. 한기대 입학정원 대다수는 인문계 출신이며 8% 가량이 전문계 출신이다. 2012년의 경우 입학정원 945명 중 전문계 고교생은 82명(8.6%)이다.

글=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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