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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성적 여전히 'C+'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번 주 미국 경제는 각 부문이 천차만별인 성적표를 받았고, 그 결과는 제법 혼란스럽게 나타났다.

지난 6월 CNN 머니는 미국 경제를 '낙제는 피했지만 그 반에서 1등 발끝에도 못 닫는 C+받은 학생'에 비유한 바 있다. 최근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여전히 C+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다시 경기침체로 빠지는 '더블딥' 위험에 처해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보고들이 나오는가 하면, 반대로 더블딥을 지금 경제가 좋지 않다고 해서 곧장 식탁에서 사라지지 않는 아이스크림과 다를 바 없다면서 이르지 않다고 해도 내년까지는 강한 성장세가 회복될 것이라는 다수 경제학자들의 믿음을 정당화하는 보고서들도 나오고 있다.

현재로써는 미국 경제의 운명은 미국 소비자와 미국 기업 간의 치열한 전쟁의 결과에 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소비자의 지출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의 2/3를 차지하는데, 고용 시장의 경색과 주가 하락, 이라크에 대한 전쟁 위협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자동차와 주택 구입에 나서 지금까지 경제를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해왔다.

반면 기업은 지출을 줄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일자리를 준다는 점에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공로'를 상쇄시키는 상황이다. 기업과 소비자가 우려하는 바가 같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기업에게는 공장 설비나 사무 건물 및 컴퓨터 등에 대해 무이자 융자를 제공하려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대다수의 기업들은 어쨌든 그런 것들은 너무 많이 갖고 있어 투자를 늘리고자 하는 의욕도 별로 없다는 점이다.

또한 기업들은 2001년 3월에 시작된 경기침체 기간 동안 1백50만개의 일자리를 삭감한 뒤, 아직까지 빠르게 고용을 늘리고 있지 못하다.

역시 최근의 데이터들은 양측의 힘 겨루기가 소비자의 승리 쪽으로 기울고 있으며, 경제가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사이클 조사연구소(ECRI)의 라크쉬만 아추산은 "비관론자들은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부채가 여전히 과잉 상태에 있음을 지적하지만 과잉은 경제 회복을 지연시킬 뿐 경제를 침체에 빠트리진 않는다"고 밝혔다.

7개의 주요 경제지표들을 종합해 산출하는 ECRI의 주간 경기선행지수는 이번 주 오름세를 나타냈다. 아추산은 "이는 무기력한 회복세가 2~4분기 가량 지속될 것임을 시사하지만, 이후 경제는 강력한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다수의 경제학자들이 이런 관점에 동의하고 있으나 여기에는 위험 또한 존재한다. 다음은 최근의 데이터들로 판단한 현재까지의 경제 실적이다.

소비자 신뢰지수: 엔론, 월드컴 등의 기업 스캔들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면서 이제까지 낙관적이었던 소비 심리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컨퍼런스보드와 미시간 대학이 산출하는 소비자 신뢰지수는 최근까지 하락을 거듭해왔으나 1990~91년의 경기침체 때보다는 여전히 높았다.

소비 지출: 8월, 소비자들은 낡은 자동차를 교체하는데는 주저하지 않고 있지만, 월마트나 타겟 같은 소매 체인점에서의 쇼핑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매 판매의 둔화가 장기적인 추세냐 일시적인 현상이냐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분명한 건 소비자들의 활동이 주춤해지면 경제의 움직임도 둔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기업 지출: 지난 2분기 기업들의 장비 및 소프트웨어 관련 지출이 2000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늘어났다. 7월엔 기계에 대한 신규 주문이 13.4% 급증했다. 이는 미국 상무부가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거나 속도가 붙는다면 행복한 날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아추산은 이렇게 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용 시장: 월가는 8월의 실업률이 떨어지자 상당히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만 경제학자들은 달랐다.

"웰스파고의 수석 경제학자인 손성원씨는 "경제와 고용 시장은 아직 숲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지난 몇 개월 간 고용자 수를 늘려왔지만 실업률을 떨어뜨릴 만한 수준은 아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자 수는 다시 40만명 수준으로 늘어났으며, 8월 해고자 수는 46%나 증가했다.

다행히도 또다시 실업률이 높아진다고 해도 소비자들은 경제학자들이 우려하는 만큼 걱정스러운 반응을 보일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주택 시장: 끊임없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융자 이자율이 또 떨어져 이번 주 또다시 최저기록을 달성했다. 신규 및 현존 주택에 대한 판매 역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면 주택 시장에는 사람이 몰리거나 거품 현상이 인다. 경제를 위해서는 거품 현상이 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조: 미국 구매자재관리협회(ISM)는 이번 주 8월의 제조 활동 주요 지표들이 간신히 낙관적인 모습을 유지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7월 공장 주문의 증가와 시카고 지역의 제조업 건전성 지속, 대서양 중간 지역 제조업의 약세에 관한 보고가 나와 제조업 분야가 불안전하게나마 장기간의 침체에서 회복되고 있다고 예측하게 했다.

주식 시장: 증시는 7월 말의 가파른 하락세에서 벗어났고, 그 이후 근근히 주가 회복세를 이어오고 있다. 물론 비관론자인 빌 그로스를 믿는다면 다우존스 산업 평균 지수가 5천선까지 후퇴하겠지만 대다수는 그의 말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뉴저지주 바인랜드 소재 컴버랜드 어드바이저스의 수석 투자책임자인 데이비드 코톡은 "일본식 디플레이션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다우 5000은 기우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달러: 달러화는 지난 6월과 마찬가지로 약화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아직 바닥이 빠진 것은 아니다. 달러 약세 덕분에 '프로텍터 & 갬블러' 같은 미국의 수출업체들은 해외 투자자들이 기피할 정도로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전체: 주식시장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3% 이상의 GDP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 경제는 그래도 GDP가 0.3% 밖에 성장하지 못한 2001년에 비해 좀 더 나은 실적으로 돌아섰다. 1990년대처럼 A+를 받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낙제는 아니지 않은가.

NEW YORK (CNN/Money)/ 이정애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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