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예산안 심사, 또 졸속으로 할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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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나라 예산을 심사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어제서야 50명의 위원 명단을 확정했다. 매년 6~7월 구성되던 데 비해 올해엔 한 달 이상 지각한 것이다. 국가정보원 국정조사를 둘러싼 파행 탓에 여야 모두 국민에게 무책임한 일을 한 셈이다. 그런 맥락에서 예결위를 상임위로 전환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논의는 논의에만 그치지 말고 조속히 현실화돼야 한다.

 1년 임기의 예결위원들은 앞으로 전년도 결산안과 2014년도 예산안을 심사한다. 위원회 구성이 늦어졌으니 심사 일정도 촉박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명박정부의 마지막 결산안 심사는 8월 말까지 마무리지어야 하므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안 그래도 예결위 활동엔 졸속과 밀실, 그리고 늑장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곤 했다.

올해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예산안이 해를 넘겨 처리되지 않았나. 구태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예결위원들은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해야 한다.

 올해 예결위는 따져볼 일이 많다. 세수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갖가지 공약사업들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재조정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별 정부 부처들이야 나라 재정이라는 큰 틀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통령 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려 할 것이다. 또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지자체장이나 지역구 의원들 역시 선심성 지역사업에 예산을 따내려 혈안이 돼 있다.

 물론 개별 사업의 취지만 따지면 어느 하나 버릴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나라 살림을 염두에 두고 우선순위를 재검토하고 완급을 조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돈은 모자라는데 쓸 곳이 많다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예결위원들은 불필요하거나 당장 급하지 않은 사업들을 과감하게 걸러내야 한다.

 이와 함께 심사 막바지에 지역구의 선심성 사업들을 밀실에서 처리하고 넘어가는 ‘쪽지예산’만큼은 반드시 없애야 한다. 귀중한 세금을 정치인들의 개인 득표 활동에 펑펑 쏟아붓는 일이 계속 반복돼선 곤란하다. 이것만 틀어막아도 지난해에 비해 진전된 예결위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