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의 예술 「대지미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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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광활한 대자연을 상대로 하여 어떤 특별한 의미도 갖지 않는 행위를 벌이면서 그것이 예술이라 주장하는 전위가들의 활동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것은 「랜드·아트」, 즉 대지미술이라고 하는 첨단적인 전위작가의 작품 행위이다.
작년 「베를린」자유방송국은 「란트·아르트」라는 TV「프로」를 방영했다. 그 「필름」은 최근 「게리·슘·텔리비젼」화랑에 의해 「캐털로그」로 재록되어 출판,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 TV「프로」에서 「대지」를 소재로 하여 작품 제작과정을 대담하게 보인 작가는 미국·영국 「네덜란드」의 미술가 8명. 즉 그들이 해놓은 결과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행위 그 자체가 작품이 되는 셈이다.
「배리·플래너건」은 「네덜란드」은 해안의 모래펄에서 물거품을 밟으며 「플라스틱」으로 큰 구멍을 만들었다. 「데니스·오펜하임」은 「캐나다」와 미국간의 국경에서 설원이 돼버린 시차 변경선을 밟아 미끄러져 나가면서 흔적을 남겼다.
「월터·데·마리아」는 「캘리포니아」의 사막에 반마일이나 되는 2개의 평행선을 파놓은 뒤 그 사이를 천천히 걸어 나갔다. 다른 작가 중엔 사구의 중간쯤에 송풍기를 묻어놓아 모래를 뿜어 일으키기도 했고, 혹은 말라붙은 늪에 거울을 깨어 뿌리기도 했다.
이 같은 대자연을 상대로 무의미한 행위를 벌이는 경향은 정보시대에의 하나의 비판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면서 그것은 현장을 주로 하는 정보「미디어」인 TV에 편승하여 적절한 재료인 듯 각광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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