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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수 실장이 고문 지내 … 병무청장 등 고위직 배출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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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전권 전환 연기 논의를 계기로 예비역 장성과 현역을 포함하는 ‘군 일각’에 미묘한 파장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이 문제를 담당하는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논란이 생기고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의 낙마를 둘러싼 음해론과 10월로 예정된 장성급 인사도 연계돼 거론되고 있다. 한 예비역 장성은 “현역도 웅성거린다”고 말한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지난주 예비역 장성들은 기자에게 “다물21연구소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에 대한 연구소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으며 뒤에는 김장수 실장이 있다는 주장이다. ‘느닷없는’ 이 말은 전작권 환수와 관련된 김 실장의 동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튀어나왔다. 지난달 중순께 예비역 장성 A씨는 “한 연구기관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작권 환수 연기의 필요성을 담은 서한을 보내려 했는데 안보실을 피해 전달하기 위해 머리를 짜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을 불편해한다는 얘기였다.

 다른 예비역 장성 A씨도 “노무현정부 때 국방부 장관으로 전작권 환수 문서에 서명하고 이후에도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던 김 실장은 대통령을 설득해 환수를 추진하거나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청와대를 나와야 한다는 군 내 여론이 있다”며 “그러나 김 실장은 오히려 ‘다물21연구소’를 통해 군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그런데 알아보니 다물21연구소는 이렇다 할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성우회 측도 “그런 연구소의 이름을 못 들어봤다”고 말했다. 예비역 장성 B씨는 “예비역 장성 중에도 상층부만 아는 정도”라고 말했다. 요컨대 아는 이만 아는 단체라는 것이다.

 대법원의 ‘등기사항 전부 증명서’에 따르면 이 연구소는 2012년 3월 21일 서울 여의도동 진미 파라곤 306호를 주소로 해 국방부 산하 법인으로 등기를 했다. 이후 지난 5월 16일 ‘비용 문제’로 서초구 서초동의 약 90㎡ 규모의 사무실로 옮겼다. 연구소 등록이사로는 소장이자 김 실장의 육사 동기인 예비역 장성 홍갑식(육사 27기)씨, 이명구(육사 30기)씨, 박창명 (ROTC 12기)씨, 김기남(전 해병대 2사단장)씨가 있다. 많은 예비역 장성은 “이들은 군 생활을 통해 김 실장과 인연을 맺고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대선 국방안보추진단에 5명 발탁
다물21연구소의 ‘실력’은 2012년 9월 29일 드러났다. 대선의 열기가 뜨거운 이날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는 18개 추진단을 발표했는데 그중 국방안보추진단의 명단이 흥미롭다. 김장수 추진단장 아래 추진위원 20명 명단이 언론에 공개됐다. 그 가운데 군 출신은 13명. 간호사 부대, 부사관 대표를 제외하면 실제론 11명이고 여기에 연구소의 이명구·박창명·김기남 이사, 노관석·최기열씨가 들어갔다. 전체 추진위원의 25%, 군 출신의 50%나 돼 ‘다물21이 실세’라는 관측도 나올 만했다.

 예비역 장성 B·C씨는 “연구소 출신뿐 아니라 연구소 고문인 김 단장과 다른 위원의 관계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한다. 당시 위원으로 발표된 김명립 전 합참차장, 김영후 전 병무청장,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 윤연 해사총동창회장, 이선민 ROTC 예비역 중장, 이성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모두 김 단장과 가깝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이다. 김명립씨는 같은 시기에 군수뇌부에 함께 근무했고, 윤연씨는 1971년 같은 해 임관했고 합동참모본부(합참)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고 한다. 김영후(육사 31기)씨도 생도 시절부터 인연이 있다고 전해진다.

 박흥렬(육사 28기)씨는 생도 시절 김 실장과 관계가 독특했다. 이들의 관계를 옆에서 지켜본 원로 예비역 C씨는 “두 사람이 한 학년 차이인데 선배인 김 실장이 심한 얼차려를 줘도 박은 잘 따랐다”고 말했다. 이성출(육사 30기)씨는 여러 예비역 장성이 ‘김장수의 사람’으로 꼽을 만큼 돈독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안보추진단은 ‘다물과 다물의 고문인 김장수의 사람’으로 구성됐다는 해석이 나올 여지가 있는 셈이다. 대선 뒤엔 다물의 박창명 이사가 병무청장으로 발탁되고 경호실장이 된 박흥렬씨도 김 실장을 축으로 보면 ‘범(凡)다물권’에 속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물’은 계속 입소문을 탔다. 예비역들이 거론하는 사례는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낙마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군 내 정보에 정통한 J씨는 “다물의 이사 한 명과 이성출 전 부사령관이 개입했다는 설이 있다”고 말한다. 예비역 장성 E씨 등은 “이런 정보는 기무·헌병 같은 군 기구가 흘리지 않으면 얻기 힘든 자료인데 다물이 군 현직을 움직여 자료를 얻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예비역은 “김병관 후보 발표 전 ‘이성출 국방’ 소문이 있었는데 이게 뒤집히자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의심했다.

 그러나 이 전 부사령관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지난 3일 오후 전화통화에서 그는 “군 생활을 하면서 남의 불행에서 이익을 받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런 얘기가 나와 속이 많이 상했다”고 말했다.

 -국방부 장관 후보로 소문이 났었다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는 얘기는 들었다. 나는 4성 장군 출신으로 연합사 부사령관을 했고 전략기획, 한·미동맹, 연합작전을 전공했다.”

 -다물 회원인가.
 “아니다. 지난해 4월 50여 명의 예비역 장성과 국방안보희망포럼을 만들어 활동했지만 선거 뒤엔 더 이상 활동하지 않았다.”
 다물21연구소 관계자도 2일 “모두 터무니없는 음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인터뷰를 쓰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사안이 민감해 소개한다.

 -다물21은 어떤 연구소인가.
 “예비역 장성이 만든 국방안보 관련 학술 연구소다. 2011년 몇 명이 모여 시작했다. 회원은 많지 않지만 회비로 운영된다. 연구 참여자는 많다.”

 -뭘 연구하나.
 “장병의 사기 앙양과 복지 증진, 제대 군인의 일자리 창출, 군 IT 인력 개선 연구 같은 것들이다. 최근 동북아 안보 정세를 연구하기도 했다.”

 -김장수 실장이 고문인가.
 “아니다. 김 실장이 국회의원을 그만둔 뒤 인터뷰 같은 것을 할 때 육사 동기가 하는 이 연구소를 활용했기 때문에 그렇게 소문이 난 것이다. 아무 관계가 없다.”

 -다물21연구소가 군에 영향을 미친다는데.
 “라이벌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만든 유언비어이고 소설이다. 연구소의 몇 명이 추진단에 들어가 오해를 일으킨 것이다. 박흥렬 경호실장도 우리 회원이 아니다. 사실 다물 연구소를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게 놀랍다.”

 -김병관 후보자 낙마에 개입했다는 설은.
 “천벌을 받을 말이다. 이성출씨를 연결시키는데 그는 연구소 회원도 아니다.”

 그런데 3일 김장수 실장은 청와대의 김행 대변인을 통해 “국회의원 시절 다물21연구소의 고문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에도 회장은 따로 있었고 선거 뒤 시간도 없어 간 적도 없다”는 설명을 전달해 왔다.

 그러나 다물과 김 실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다. 특히 김 실장의 ‘파워?가 논란인데 이명박 정권 시절의 육군본부 고위직 임명 사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주장도 있다. 당시 그 인사를 놓고 ‘한나라당 의원인 김장수 전 장관이 육군참모총장과 장관 시절 측근이었던 사람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란 설이 돌았다. 이 시기 군 현직에 있었고 ‘강직한 군 인사’로 평가를 받는 예비역 장성 H씨는 “그 인사는 편법이었다. 군 진급체계를 무너뜨렸다”며 “그런 식으로 하면 군은 전투 시범은 보여줘도 전투와 전쟁을 할 수 있는 군인은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예비역 장성 I씨는 “그가 10월 인사에서 대장 진급을 할 것이란 말들이 돌아 현역들은 ‘이게 뭐냐’고 웅성웅성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실장 “나는 할 것과 말 것 명확히 구분”
최근엔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소문의 대상이 됐다. 김 장관이 국방부의 주요 실장 자리에 A씨를 밀었는데 낙점은 청와대가 민 B씨가 됐다는 것이다. 군 내부 사정에 정통한 J씨는 “김 장관은 이명박정부 출신이라지만 명색이 장관인데 인사 하나 못 한다는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다른 예비역은 “김 실장의 경력이 군 내에서 거의 독보적이라 영향력이 강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김행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내 성질머리를 모르느냐. 나는 할 것과 안 할 것은 명확히 구분하는 사람이다. 나와 그동안 일했던 대부분 사람은 오히려 인사상 손해를 봤다. 그건 금방 알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밝혀왔다. 김 대변인은 “소문을 들으면 모든 걸 청와대가 다 한다는 식이고 실제로 김 실장과 관련된 별별 소문이 다 있었다”며 “그러나 모든 군 인사는 국방부 장관이 하는 것이며 박 대통령은 인사 계통의 일탈을 용인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요즘엔 국방부 장관 교체설이 고개를 든다. 예비역 장성은 “‘이성출 국방부 장관설’이 돌아 현역들은 술렁댄다”고 말했다. 낙마한 김병관 후보자 측의 움직임에 대한 말도 돌아다닌다. J씨는 “김병관씨 측은 ‘우리도 대선에 기여했는데 이게 뭐냐’는 불만을 갖고 있으며 김장수-박흥렬-남재준 체제의 문제점을 정리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성규 기자 ask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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