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망명 파장 … 푸틴에게 화난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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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러시아가 전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에게 임시망명을 허용하자 미국이 정상회담 취소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지속적인 공식·비공식적 송환 요청에도 러시아가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예정대로 오는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지금 정상회담의 효용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회에서는 더 격한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 찰스 슈머 상원의원은 “러시아가 등에 칼을 꽂았다”며 G20 정상회의를 다른 나라에서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푸틴 취임 이후 대립을 계속해온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그동안 시리아 내전, 이란 핵개발, 추가 핵감축 등 주요 현안마다 의견이 엇갈렸다. 미국이 러시아 관료들을 제재하는 인권법안을 통과시키자 러시아는 미국인의 러시아 아동 입양 금지로 되갚기도 했다. 이번 조치 역시 미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생각이 없다는 푸틴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스노든은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성명을 내고 러시아에 감사를 표하는 한편 미 행정부가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그의 변호사는 “스노든은 러시아에 사는 미국인의 사유지에 머물고 있다”며 “러시아어를 배우고 직업을 구해 새 삶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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