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6기 스톱 … 폭염, 전력 수급 조마조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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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전력이 원자력발전소 1기 분량(100만㎾)이나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공급이 갑자기 줄어든 데다 불볕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5월 핵심 부품의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것으로 나타나자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전 3기의 가동을 중단시켰다. 이들 원전은 10월께나 재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는 올여름 ‘전력 보릿고개’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지난달에는 인구와 산업체가 밀집한 수도권 지역에 장마가 계속되면서 기온이 낮아서 안정적인 전력공급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본격적인 폭염이 오는 다음 주부터는 전력사용량이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여름철 기온이 섭씨 25~30도일 때는 1도 오를 때마다 70만~80만㎾의 전력이 더 소모된다. 하지만 30도를 웃돌게 되면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100만~150만㎾씩 더 쓴다.

 기상청은 50일 동안 지속되던 장마가 6일 끝난다고 2일 예보했다. 7일부터는 서울 낮 최고기온이 32~33도까지 올라가고, 강원 영서·영동, 충청 등 중부지방도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남부지방은 35도까지 오르는 가마솥더위가 이어진다. 전력거래소의 온도에 따른 전력소비량(전력민감도)을 적용하면 원전 2~5기가 공급하는 양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가동이 중단된 원전은 울진4호기, 고리1호기 등 모두 6기에 달한다. 이달 말까지 멈춘 원전을 다시 가동시키기는 힘든 형편이다.

 결국 대규모 정전사태를 막으려면 전력사용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2일 고강도 절전대책을 내놨다. 최대 480만㎾ 규모의 전력을 절약할 계획이다.

 이 대책에 따라 계약전력 5000㎾ 이상인 대기업은 5일부터 이달 말까지 전력사용량을 평소보다 최대 15%까지 의무적으로 줄여야 한다. 또 한전과 기업이 협의해 휴가를 분산시키고 공공기관 절전, 실내 냉방온도 제한 등을 통해 50만㎾를 줄이기로 했다. 그래도 감축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세종열병합발전소의 시운전 출력을 동원하는 등 공급량을 일시 늘리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갑자기 수요가 폭증하거나 발전기 고장 등의 돌발변수가 발생하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자율 단전을 하는 등 비상조치를 발동할 계획이다.

김기찬·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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