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수색하던날] "물건 두고 나오십시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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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시고, 물건을 만지지 마시고, 밖으로 나오십시오."17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빌딩 33층. 그룹 구조조정본부 소속 SK직원 30여명은 이날 오후 6시쯤 검찰의 압수수색이 끝날 때까지 어느 때보다 긴 하루를 보냈다.

서울지검 형사 9부 李모 검사 등 10여명이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들이닥쳐 모두 5평 남짓한 작은 회의실로 몰아 넣고 꼼짝달싹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李검사가 "검찰에서 조사를 나왔다"며 행동을 중지할 것을 요청하자 SK구조본 일부 직원들은 의아해 하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검찰측은 곧바로 양복 차림의 건장한 직원 서너명을 출입문 등에 세워 출입을 통제하고 곧바로 임원을 포함한 모든 직원을 구석의 회의실로 가게 했다. 전화벨이 울려도 전화를 받을 수 없게 했다.

구조본 직원은 "다만 화장실에 가는 것만이 허용됐다"며 "밖에 나가 있던 직원들이 사무실로 들어오면 곧바로 회의실로 안내됐다"고 전했다.

이 직원은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왜 이런 일이 있어야 하는지'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당황스러워 했다"고 말했다.

조사 사실이 사내에 알려지자 이날 오전 보안교육을 받은 여비서들은 오후가 돼도 사무실에 들어오지 못하고 다른 사무실에서 머물렀다. 한 여직원은 "무서워서 눈물을 흘리는 동료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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