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의 처리 상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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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한해동안 각계에 비상한 형성을 주고 파문을 불러일으켰던 부실기업 정비조치의 사후처리작업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척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정비대상이 된 30개 부실기업 가운데 4개 업체가 해산 내지 공매 처분되고, 나머지 26개 업체 중 24개 업체가 정비조치 후 4개월만에 완전히 기능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60연대 한국경제의 주조를 이루었으며 따라서 그 합리적 소리를 싸고 논란이 거듭되었던 외자도입, 나아가서는 외자업체가 지니는 문제성을 정부가 의식하고 획기적 수술을 단행한데대해서는 만시지탄이 있지만 일단은 그 과단성을 늪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정비 및 사후처리과정에서 나타난 이해관계자들의 심한 반발과 작업자체에 내재하는 애로 등의 허다한 난관을 극복하고 이 정도로나마 문제를 해결, 수습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배경에 외자도인에 대한 빗발치는 여론을 외면해온 정책당국의 태도산화가 깔려있는 것으로서 환영할만한 징후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번에 정비된 부실기업의 외자는 대체로 60연대 전반에 도입된 것이며 도입규모자체는 오히려 후반에 격증하고 도인내용의 문제성 및 그 과정의 병폐도 심화되었던 만큼, 논리적으로 보면 금후에 부실화할 소지가 잠재하는 외자기업은 더욱 많을 것을 쉽사리 예측할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누적된 외자로 해서 눈앞에 다가선 막중한 상환부담과 계속되는 외자수요는 앞으로도 외자가 대량유입 할 가능성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부실외자가 계속해서 편승 도입되지 않도록 충분히 경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부실기업대책을 제l단계의 사후정비에서 다음단계에는 부실예방으로 그 중점을 바꾸는 한편 외자도입을 질량의 측면에서 체계·합리화하기 위해 일련의 도입기준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 설정하여 이를 공시기로 한 것은 시의 적절한 판단이라고 하겠다. 들리는 바로는 외자도입 업무개선 방안으로서 ①재원형태·대상사업별로 차관예정액을 세분, 연차별도입 계획 등을 사전에 공표하며 ②사업의 우선 순위와 사업별 규모, 기술적 타당성, 도입자본재가격·원가 및 시장성·계약 및 입지조건, 내자조달 및 확보조건 등의 인가요건도 미리 확정 공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외자도입이 대상사업실수요자 선정과 인가과정에서 비경제적요인에 의해 왜곡 변질되는 예가 허다했으며, 이 때문에 사업내용이 부실해지고 필요이상의 허가를 남발, 외자의 방만한 유입을 결과했던 사실로 미루어 이 개선방안은 수긍할 만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정부-업계의 철저한 반성과 자각이 선행되지 않는 한, 비경제적부실요인은 도입기준의 사전설정 과정에서도 혼입될 가능성이 짙고 일단 설정된 기준이 집행단계에서 변질될 여지가 있음을 우리는 종전의 경험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우려가 금후에 또다시 현실화한다면 이미 아슬아슬한 고비를 겪고있는 우리경제는 파탄의 국면으로 치닫게 될 것임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은행, 그리고 업계는 이 사실을 명념하고 다같이 외자도입이 경제성을 일탈하지 않도록 집중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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