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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마다 이웃마다 서로 돕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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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수선했던 한해가 다 저물어간다. 불과 몇 장만을 남기고있는 얄팍한 「캘린더」의 중량감이 으레 촉발하기로 마련인 세모다운 허탈감을 자아내게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곰곰 생각하면 우리 모두는 이제 며칠안으로 l969년의 한해뿐만 아니라, 60년대라고 하는 역사의 한 「쳅터」를 닫게 된데서 오는 일종의 「니힐」을 실감있게 맛보고 있는 계절이라 할것이다.

<각박한 세태>
지난해와 지난 60연대에 한국 및 한국국민들이 경험했던 수많은 일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있어서는 사람에 따라 각기 견해를 달리 할수있을 것이다. 다만 그 어떤 평가를 내리는 자에게도 공통된,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물질주의·배금주의적사조의 만연, 인간 내지 인격적 가치의 상대적 추락, 특권의식·권력만능사상의 미만등으로 상징되는 각박한 세태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리하여 그러한 물질·돈·특권·권력등에서 소외된 대다수 국민들은 무슨 명절이다, 연말연시다, 할 때마다 평상시에는 오히려 잊고있던 피해의식을 문뜩 문뜩 되씹게 되는 것이그들의 솔직한 심정이라 한다면 지나칠까. 실로, 우리는 지금이야말로 완연히 거리 전체를술렁거리게 하고있는 이른바 「대목경기」의 물결속에서 이들 잊혀지고 소외된 동포들에 대한 상념을 더욱 절실하게 하지 않으면 안될 계절에 처해 있는 것이다.
38개의 종교·사회단체가 모여서 조직한 『「크리스머스」 바로 지내기 추진회』가 올해구호를 『「크리스머스」는 이웃과 함께』라 정하고, 『집안마마 이웃마다 서로 도와서 참됨과 사랑으로 이 해를 보내자』고 호소하고 있는 취지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우리는 본다.그것은 「안데르센」이 그린 동화 『성냥파는 소녀』의 애절한 비화가 실은 우리 국민의 대다수 선량한 서민들을 우화로 한 것이라고 생각할 때, 더욱 생생한 실감으로 채득될수 있을 것이다.

<성냥파는 소녀>
휘황찬란하게 장식된 「크리스머스·트리」가 곳곳에 세워지고 유리창너머로 보이는 따듯한 방안풍경- 맛있는 음식과 축제기분 술렁대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손을 녹일만한 온기조차 없어 팔려고 가지고 나선 성냥 한 개비 한 개비를 태우다가 죽어간 소녀의 비화를적어도 20세기 후반기인 오늘의 문명사회 속에서 되풀이한다면 그것은 벌써 인간사회라고는할 수 없는 것이다.
고래로 우리국민은 이웃과 더블어 상부상조하는 미덕으로써 사회의 윤기를 유지해왔다 할수 있다. 농사일에는 「품앗이」하는 일이 그 생업의 방식이었으며, 「이웃사촌」이란 말이 시사하듯이 모든 이웃들과의 사이에는 혈연과 같은 유대의식을 가지고 살아왔던 것이다. 이러한 순풍미속이 점점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나라의 교학과 정치가 근본적으로 잘못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하여 우리사회에서 그러한 아름다운 전통이 완전히 메말라버릴 수 없다는 것 또한 자명한 일이 아니겠는가.
기독교가 가르치는 진리는 무엇보다도 사랑과 인간선의에 대한 가치를 고조한데 있다.「크리스머스」에 얽힌 「마구간」이나 「샌터클로즈」할아버지에 관한 설화를 믿지 않는비기독교인에게도 이 진리의 존귀함만은 부인할 길이 없는 것이다. 「마음 가난한 자」에게복이 있다고 한 복음정신을 세모를 당하여 우리가 다시 한번 생각지 않을수 없는 것도 이때문이라 할것이다.

<일선 군·경>
성탄절을 맞이하고 새해가 다가옴에 따라 특히 생각하지 않을수 없는 것은 뭇 군·경들의 노고이다. 혹한의 휴전선, 혹서의 월남, 삭풍의 예비군초소에서 근무하는 육·해·공·해병대·예비군, 그리고 치안의 일선을 지키는 경찰관들은 우리 국민들의 귀여운 자제들이다.
그들은 계절이나 명절에 구애됨이 없이 곳곳에서 부가된 자기의 임무를 완수하고 있다. 특히 겨울이나 무더운 때는 더욱 근무가 어려운 때이다. 그들은 경계와 방위에 철저를 기해야할 뿐만 아니라 기상과 천연조건, 지형의 장애 등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된 군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이라 하더라도 그들 역시 인간들이다. 연말연시와 더불어 부모형제는 물론, 따뜻한 집과 고향을 생각케 될 것이다. 그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보낸다는 것은 그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것이 될뿐만 아니라 그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것이 될것이다.
전방장병들과 후방국민들간의 마음의 거리를 좁힌다는것 또한 이 계절의 당연한 국민의의무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한 뜨거운 성원을 보내지 않으면 안될 것이며,그럼으로써 장병들은 국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그들의 임무를 수행함에 용기백배할것이다.
연말연시의 계절과 더불어 장병들에게 위문품보내기운동이 한창이다. 국민들의 정성어린선물들이 보내지고 있다. 그야말로 서로 믿고 돕는 미덕의 일단이라고도 할수 있으며, 이에참여한다는 것은 곧 우리사회의 밝은 면을 확대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아울러 가능한한의성의를 표시할 것을 바라지 않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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