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룡'이 손대면 중소업체 파산 … 골목상권 침해 논란 일며 여론 험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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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설립된 네이버는 2002년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습성을 공략한 ‘지식in’ 서비스로 세를 넓혔다. 메일·카페 등 서비스로 국내 인터넷을 개척한 다음이나 글로벌 검색 시스템을 갖춘 야후를 누르고 2000년대 중반 국내 1위 포털 지위에 오르게 된다. 포털 서비스의 특성상 일단 익숙해지면 웬만하면 계속 쓰기 마련이다. 2000년대 후반 이후에는 줄곧 시장 점유율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각종 인터넷 서비스 사업에 직접 뛰어들면서다. 이는 네이버의 정책과도 관련 있다. 구글이 접속한 사용자를 빨리 내보낸다면, 네이버는 일단 접속한 사용자를 사이트 안에 최대한 오래 머무르게 한다. 네이버가 ‘가두리 양식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사용자를 오래 잡아두려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중소 사업자들 영역에까지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분야가 부동산 정보 서비스다. 2009년 네이버가 직접 부동산 정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부동산 정보업자들이 줄도산했다. 네이버가 부동산 광고 시장을 독식하고 광고비를 비싸게 받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중개업자들 역시 피해를 봤다. 2003년 네이버가 가격 비교 서비스인 ‘지식 쇼핑’을 시작하면서 당시 10여 곳에 이르던 가격 비교 사이트가 문을 닫고 현재는 2~3곳만 남아 있다.

 네이버의 독점 폐해에 2007년 정부도 칼을 빼 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7년 네이버의 모 회사인 NHN에 대한 조사를 벌여, 이듬해 5월 네이버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과태로 2억2700만원을 부과했다. NHN은 이에 대해 반발, 즉각 소송을 제기했으며 법은 네이버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은 2009년 10월 공정위에 시정명령 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 판결이 끝은 아니었다. 새 정부 들어 재벌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그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강화되는 가운데 ‘인터넷 재벌’ 네이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다시 거세졌다. 네이버의 막강한 영향력에 그간 입을 닫았던 인터넷 중소 사업자들도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심경으로 자신들의 피해 사례를 털어놨다. 여론에 힘을 받은 공정위는 지난 5월, 불공정 거래 혐의로 NHN에 대한 조사에 다시 착수했다.

새누리당은 9월 정기국회 때 ‘네이버 규제법’을 발의키로 의견을 모았다. 결국 네이버는 이날 여론에 밀려 스스로 상생안을 내놓았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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