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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르포 노인요양시설 ①] 무료 노인요양시설 '군포 엘림요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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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초고령사회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부부 중 한쪽만 사는 1인 노인가구도 크게 늘 전망이다. 통계청은 65세 이상 1인 가구는 2005년 78만 7천 가구에서 2020년에는 157만 8천 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노인을 위한 의료나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통계청 조사결과 60세 이상 노인 중 절반에 가까운 46%가 '자녀와 따로 살면서 왕래만 하고 싶다'고 답하기도 했다. 노인요양시설 역시 고령화사회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요양시설의 생활은 어떠한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 중앙일보는 노인요양시설을 직접 찾아 생활상을 살폈다. 수요자의 비용 부담 정도에 따라 무료 시설, 실비 시설, 고급 시설로 나눠 취재했다. <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1)기초생활수급자 대상 군포 엘림요양원
2)정부지원 실비시설 도봉실버센터
3)최고급 유료요양원 용인 삼성노블카운티

◆밝아진 노인들= "이번 봄에도 고구마나 딸기 농사 지으실 할머니 손들어 보세요."

"여기! 101호요!"

"아이 참, 할머니는 201호잖아요!(웃음)"

지난달 22일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엘림 요양원(www.elimtown.org) 강당의 '사랑방 모임'. 이곳에 사는 노인들이 건의 사항 전달 등을 위해 일주일에 한번씩 모이는 자리다. 분홍색 원복을 입은 40여명의 할머니들이 앉아 있었다.

"할머니들이 양로원에 들어오면 많이 밝아지세요. 들어오기 전에는 혼자 지내셨거나 자식들과 지내더라도 힘들게 살았던 분들이 많으시니까요."

요양원 차보경(29) 주임은 "어렵게 지내던 노인들이 여기와서 만족하는 걸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 물리치료실

◆무료요양원= 서울시와 여의도 순복음교회가 공동운영하는 엘림 요양원은 극빈층에 해당하는 국민기초생활 수급권자 노인들 중 입소자를 뽑는다. 호적상 부양자가 없거나 부양받을 수 없는 형편임을 인정받은 노인들이 온다. 그런만큼 이부자리부터 식사 및 의료서비스까지 모두 무료다.

2001년부터 이곳에서 생활한 정용금(75)할머니는 "처음 들어올 때 아무 것도 가져올 필요없다는 말을 듣고는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며 "돈 때문에 평생 힘들었는데,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이렇게 살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무료라고 시설이 부실한 것도 아니다. 물리 치료실.특수 목욕실.운동 치료실 등에서 노인성 질환을 돌본다. 평소 아파도 병원에 잘 가지 못하던 노인들이 여기서는 일주일에 세 번씩 물리치료를 받는다. 미술치료.향기치료 등을 통해 마음의 병을 치유하려는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

▶ 미술치료실

◆마음을 치유하는 곳= 미술 전공자가 교사 자원봉사에 나서 그림색칠이나 종이접기를 통해 노인들에게 색채감각과 표현능력을 길러주는 미술치료 시간. 박점순(73.가명)할머니는 "일흔 넘어 처음 해보는 미술 공부라 어색하지만, 이제는 제법 '작품'을 만든다"고 말한다.

요양원 관계자는 "혼자 살던 노인의 처지를 보다못해 이웃들이 나서서 노인을 요양원에 보내는 경우도 많다"면서 "직원들은 노인들의 이름을 일일이 외워 불러주는 등 마음을 돌보는데 최선을 다한다"고 전했다. 생활지도사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치매노인에게도 직원들은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며 친근감을 표시한다.

17년째 이곳에서 근무 중인 이양희(50) 주임은 "돌보는 이 없던 노인들이라 처음 요양원에 들어오실때 몇 달 동안 목욕을 못한 경우도 많다"며 "이들의 아픈 몸과 마음을 돌보는게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요양원에는 유독 할머니가 많았다. 46명의 입소자중 43명이 여성 노인이다. 배우자가 먼저 사망한 여성 노인의 경우, 호적이 친정으로 돌아가게 돼 있어 자녀가 있어도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로운 할머니들인 만큼, 서로 쉽게 친해지고 의지하며 생활한다.

201호에서 함께사는 정순옥(75.가명).김옥선(77).김대희(74) 할머니는 서로를 '부르도끄', '꼬맹이', '꺽다리'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저 언니는 키도 쬐그맣고 말도 아기처럼 하잖아. 나는 얼굴이 부르도끄(불독) 같이 생겼고."

정순옥 할머니는 '룸메이트'의 별명을 말해주며 환하게 웃었다.

◆"집보다 낫다"= 자녀와 함께 살다가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스스로 입소를 결심한 노인들도 많다.

2001년 요양원에 들어온 백효남(77.가명) 할머니는 며느리가 중풍에 걸려 쓰러진 뒤 치료비가 많이 들어 요양원에 오기로 마음 먹었다. "내 한 입이라도 줄이고 너희들이 잘 살아야지"라고 군포시 한 상가의 경비원인 아들을 설득했다. 김효선(76.가명) 할머니도 남편의 빚을 갚느라 힘들어 하던 아들에게 알리지 않고 요양원에 들어왔다.

요양원에서는 할머니들에게 하루 세 번의 식사와 요구르트.빵 등 간식을 제공한다. 할머니들은 "요즘 어느 며느리가 밥 세끼 챙겨주고 빨래도 꼬박꼬박 삶아 빨아주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단체 생활을 기본으로 하는 요양원 생활에 적응하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내비치는 이들도 있다. 2002년부터 요양원에서 살아온 이남희(75.가명) 할머니는 "아무래도 혼자 살던 사람들이라 갑자기 여럿과 함께 지내기 힘들 수도 있다"며 "지금은 덜 하지만, 처음에 들어왔을 때에는 이곳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들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김순이 할머니(77.가명)는 "입소 초기에는 마음대로 살던 집에서의 삶이 몸에 익어 요양원에서 나와 혼자 살던 집에 돌아간 적도 많다"고 전했다.

◆엘림요양원은= 크게 전문요양원과 일반 요양원으로 나뉜다.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1988년 경로원을 개원.운영하다가 91년 건물을 서울시에 채납, 97년에 요양원으로 개원했다. 당초 건강한 노인들을 위한 경로원과 중증의 노인을 대상으로 한 양로원을 별도로 운영했으나, 최근 치매.중풍 노인이 증가함에 따라 경로원을 폐쇄하고, 지난달 24일부터 전문요양원을 열었다.

치매.중풍 노인은 전문요양원에, 이보다 가벼운 질환의 노인은 일반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다. 전문 요양원에는 7명의 간호사가 상주하고 있으며, 주4회 의사들이 찾아와 진료한다. 일반 요양원에도 4명의 간호사가 있다.

◆입소하려면= 65세 이상의 국민기초생활 수급권자 중 서울시.군포시 거주자가 대상이다. 단, 전문 요양원은 이들 중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일상생활이 불편한 노인을 대상으로 한다. 입소 신청은 거주지 동사무소를 통해 할 수 있다. (문의: 031-390-3901)

군포=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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