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오바마 구하기 총대 메고 나선 미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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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의 인기는 남편을 능가한다. 갤럽 등 여론조사기관들에 따르면 미셸의 지지도는 70%대로 오바마 대통령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그 비결 중 하나가 정치와 일정 부분 거리를 둔다는 점이었다. 미셸은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비만 퇴치운동과 참전용사 처우 문제 등 비정치적 이슈들을 다뤄왔다. 백악관 뜰에 밭을 만들어 무공해 채소들을 가꿔온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런 미셸이 달라졌다. 남편의 정치적 생명이 위기에 빠지자 용감하게 ‘외조’에 나섰다. 미셸 오바마는 23일(현지시간)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히스패닉 지지자들과의 연찬회에서 작심한 듯 정치적 색채를 띤 발언을 했다. 그는 의회에 계류돼 있는 이민법과 관련해 “이 법은 간단히 말해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하기 위한 것”이라며 “여러분 자신과 아이들을 위해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법을 둘러싼 논쟁이 힘들지라도 내 남편은 자신의 책상 위에 이 좋은 법이 올라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한 이민법은 야당인 공화당의 반대로 몇 개월째 연방 의회에 계류돼 있다.

미셸은 이민법뿐 아니라 건강보험법에 대해서도 직설화법을 쏟아냈다. 미셸은 “단순히 건강보험법을 의회에서 처리하는 게 목표가 아니었다”며 “미국인이면 누구나 자신의 건강을 위해 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게 목표였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은 내년에 열리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건강보험법이 재정적자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셸은 “이 모임이 끝나고 가정에 돌아가자마자 여러분들이 아는 모든 사람에게 건강보험법의 소중한 가치를 얘기해 달라”고도 호소했다.

 대통령 부인 미셸의 이날 발언에 대해 워싱턴포스트와 abc 등 미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 집권 2기에 접어들자 미셸이 그동안 멀리했던 정치적 논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고 관심을 보였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미셸은 주로 비정치적 이슈들에만 관심을 쏟아왔기 때문이다. 미셸의 이 같은 비정치적 행보는 높은 인기로 연결됐다. 지난 5일 여론조사기관 PPP는 출신 지역인 시카고 일리노이 지역구의 연방 상원의원 가상 대결에서 미셸이 51%로 현직 의원인 마크 커크의 40%를 압도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 보니 민주당의 제임스 클리번(사우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 같은 사람은 노골적으로 “미셸이 정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미셸의 정치적 행보가 일회성이냐, 아니면 새로운 변신이냐다. 공교롭게도 미셸의 발언은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과 맞물려 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18번째 분기(4월20일~7월19일)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7.9%로 빌 클린턴(56.3%)·로널드 레이건(58.7%) 전 대통령의 같은 기간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뒤진다. 미셸의 한 측근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의식적으로 정치적 언행을 하겠다고 결심한 건 아니다”며 “하지만 대통령에게 도움이 된다면 굳이 피할 이유도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남편의 위기를 가만히 두고 보지만은 않겠다는 의미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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