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울시, 경전철 타산지석을 고려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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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시는 8조5533억원을 들여 2025년까지 9개의 경전철 노선과 전철 연장 1개 노선을 건설하기로 했다고 24일 발표했다. 국비 1조1723억원, 서울시비 3조550억원, 민자 3조9494억원, 개발사업자 3766억원의 거액을 들여 기존에 논의되던 노선에 몇 개 노선을 추가해 추진한다.

 서울시 경전철 사업은 오세훈 전 시장이 2008년에 처음 내놨지만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과도한 예산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우이~신설 노선을 제외하고는 모두 보류돼 전면 재검토 중이었다. 그런 것을 이번에 교통난 해소와 시의회, 자치구의 잇단 사업재개 요구를 명분으로 보류 5년 만에 경전철 사업에 다시 뛰어들기로 했다.

 이는 박 시장의 서울시 부채 7조원 감축 공약에 배치되는 것은 물론 평소 토목 공사에 비판적이었던 박 시장의 성향과도 어긋난다. 특히 지금까지 타당성 검토에서 장밋빛 전망을 안고 경전철을 건설했던 도시 중에서 좋은 결과를 낸 곳이 한 곳도 없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물론 서울시는 인구가 많고 교통수요가 풍부하긴 하다. 하지만 장래 서울 인구 감소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정대로라면 세종시 건설과 공기업 지방이전, 행복도시 추진 등 그동안의 인구분산 정책이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낼 것이다. 그럴 경우 서울의 교통수요는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서울시 교통은 경전철 건설안이 처음 나왔던 2008년에 비해 상당히 개선됐다. 버스공영제 도입과 노선 정비, 지하철 추가 개통 등으로 연계망도 좋아지고 흐름도 개선됐다. 대중교통 이용률도 꾸준히 향상되는 추세다. 이번 경전철 건설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그동안의 개선 효과가 얼마나 반영됐는지 의문이다.

 또 경전철은 기본적으로 기간 교통망이라기보다 전철 등으로 연결되는 보조 수단의 개념이 강하다. 따라서 출퇴근 때만 승객이 반짝 나타났다가 그 외의 시간에는 한산해질 가능성이 크다. 민자 사업이라 이렇게 해서 적자가 날 경우 차액을 예산으로 보조해줘야 한다는 점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또 궤도 시설을 이용하는 경전철은 기본적으로 교통환경 변화에 따른 융통성이 다른 교통수단보다 떨어진다. 한번 설치하면 물리기가 쉽지 않다.

 서울시는 이런 점을 감안해 거대한 투자가 필요한 10개 노선 건설보다 교통 시스템 개선 등 저비용 대안을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행 교통 시스템을 개선할 것이냐, 아니면 토목 공사를 강행해 굳이 궤도를 설치할 것이냐를 두고 다양한 분야 전문가는 물론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재검토해야 한다. 보육비용이 모자라 정부와 갈등을 겪고 있는 서울시에서 이렇게 거대한 토목 투자가 과연 얼마나 예산지출의 우선순위에 있는지 곰곰 생각할 필요가 있다. 굳이 건설을 한다 해도 10개 노선을 동시에 추진하기보다 우선 순위를 따져 순차적으로 건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혹시 잘못될 경우 모든 부담은 시민이 지게 된다. 따라서 박 시장은 돌다리도 두들기는 심정으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