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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먹이는 고별 「개교74주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서울 청계국민학교가 문을 닫던날 8백70명의 어린이와 교사들은 함께 울었다.
지난8일 상오11시 마지막수업을 마치는 종이울였다. 순간 교단에 섰던 교사들이나 책상앞에 앉았던 어린이들은 아쉬움과 애절함을 감추지 못한채 마냥 멍하니 넋을잃고 있었다.
『이제 수업은 끝났습니다. 교장선생님의 마지막 말씀을 들으러 교정에 모입시다….』
교정에 모인 어린이들을 향해 교장 이정훈씨는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학교가 팔려 문을 닫게되었습니다. 가는 학교에서도 열심히 공부하여 장차 훌륭한 일꾼이 되십시오』 3·4·5·6학년등 고학년 어린이들의 대열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11시30분 어린이들은 교문을 나서 뿔뿔이 이웃학교로 옮겨왔다.정든 교실과 교저을 뒤에두고 줄을서서 나란히 교문을 나오는 이들에게 14명의 교사들은 양쪽에 줄을 지어 최후의 인사를 나누었다.
1·2학년의 어린이들은 철을 모르는듯 웃기도 했으나 3학년 이상의 고학년 어린이들은 눈물을 떨구는 여교사의 얼굴을 보고 따라 울기도했다.
이날 8백70명의 어린이들은 미리 배정된 수송·남산·영희·일신·남대문등 5개교에 각각 분산수용되었다. 수송국민교에 배정된 1백32명의 어린이들은 수송국민교생들이 달아 주는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그저 어리둥절, 서먹서먹한 표정들이었다. 이날 5개 국민교에 배정된 학생들을 보면 남산이 1백91명 영희가 1백86명 일신이 1백59명 남대문이 12명
도심지 국민학교를 팔아 변두리에 많은 학교를 짓기위해 지난 4일 이모씨에게 4억8천3맥만원에 팔린 이삭교는 개교한지 74년. 그간 1만4백40명의 졸업생을 배출해냈다. 을지로 입구에 위치 대지1천5백69평의 이학교는 앞으로 「매머드」상가가 들어설것이라고….
어쩌면 우리나라 초등학교육사를 그대로 간직한 청계국민교는 서울에서 교동(개교1894년9월18일) 재동(95·7·19), 광희(95·7·19) 봉화(95·9·18)에 이어 다섯번째의 긴역사를 지녔다. 1895년 10월3일 부호 오경선씨가 신문화의 영향을 받아 자기집 큰 사랑채를 내어 「을미의숙」을 만들어 이름해 관립 소학교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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