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감상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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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는12월중 열리게될「일본영화감상회」를 계기로, 이것이 일본영화의 한국상륙전초가 아닌가하여 벌써부터 지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문공부의 정식승인을 받아 오는12월중에 열기로한 이감상회는 일반극장이 아닌 학교강당등을 이용하고 한정된 문화계인사들만을 초대하여 무료공개한다는 조건아래 승인된 것이라 한다.
그러나 표면상 한국영화제협이 주최자가 된 이 감상회가 열리게 되기까지의 경위를 살펴볼 때, 이것이 일본영화업계 및 일본정부측의 합작으로 된 일본문화한국상륙작전의「척후병적성격」을 띤것임은 여러 모로 분명하다할 것이다. 첫째로 이감상회는 지난 7월초 동경에서 열렸던 한국영화감상회의 답례형식이라고는하지만, 이 모임이 처음부터 일본정부와 주한일본대사관등 외교「채늘」을 통한 정치적인 교섭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둘째로 가뜩이나 영세성을 못 면하고있는 한국영화계나 극장업자들은 TV 때문에 본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탈출구로서 끈덕지게「일본물」을 들여오려는 책동을 벌여온 국내적 조건의 존재를 무시할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와같은 국내외적인 여건이 엄존하는 가운데서 열리는 이번「감상회」가 마침내「호혜적입장」이라는 명분하 한-일영화교역으로 연결되고, 그로써 일본측으로서는 종래와같은 경제적·물질적인 분야에있어서뿐만아닌, 정신적·문화적영역에있어서까지의 우위의확립을 시도하게되리라는 것은 능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라할 것이다. 한-일협정이후 주로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편기된 대일경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관민의 정신자세로 보아 이것은 문화면에 있어 실로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물론, 한국영화제협으로하여금 이번과같은 행사를갖도록 승인해주지않을수없었던 문공부당국의 고충을 모르는바 아니다. 한-일간의 국교정상화의 전제가된 한-일기본조약 체결의 기본정신이 아니고서라도, 날로 좁아지고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한-일양국이 언제까지나 인위적인 제약으로 문화교류를 차단할수야 없지않느냐하는 국제사회, 또는 상대국정부로부터의 압력이 있을것도 상상할만하다. 또여러면에서 낙후를 면치못하고 국내영화업자로부터 그타개책의 일환으로 외화수입으로써 얻는 혜택을 고려하라는압력을 받았음직도하다 할 것이다.
뿐만아니라 일찍부터 구미제국의영화를 수입해온 우리의처지에서 설사 일본영화를 국내에서 상영한다 하여 그것 때문에 일부에서 걱정하는바와 같은 문화면에 있어서의 일방적인 대일침략현상은 결코 일어날 수 없을것이라는 일부 낙관론자들의 반론도 있을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TV·연예등 대중문화에 관한한 현단계에서 무제약적인 한-일간의 교류는 한국문화의 향상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 뻔한 반면, 도리어 이로써 저속취미의 범람, 사치성향의 조장등 바람직하지 않은 부작용이 창궐할 것은 물론, 나아가서는 문화에 있어서의 이른바 일방적인 포섭관계의 성립이라는 파괴적사태가 도래할 것을 우리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종래 견지해오던바와같이 물질적·경제적 영역에 있어서의 협력관계를 제외하고서는 적어도 정신적·문화적분야에 있어서만은 한정되고 엄선된 상호교류만을 허용해오던 원칙을 그대로 고수할 것을 성원하면서, 이후자에 있어서의 자유교류를 허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우리의 경제여건이 일방적인 대일편기상태를 벗어났을 때라는 시한을 명시해 줄 것을 요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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