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탈선하는 희망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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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주말 울산 현대자동차 앞에서 일어난 ‘희망버스’ 폭력 시위는 집단 난동이나 다름없다. 전국에서 모여든 민노총 조합원 등 희망버스 원정 시위대 3000여 명은 사내하청 근로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공장 펜스를 무너뜨리고, 죽봉을 휘둘렀다. 이 유혈 충돌로 회사 경비직원과 시위대 양측에서 100여 명이나 다쳤다. 한 신문에 따르면 시위대는 문화제가 열린 이날 오후 10시부터 밤새 술판을 이어갔다고 한다. 술병과 쓰레기 더미가 나뒹굴고, 시위 참가자끼리 술에 취해 몸싸움도 벌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희망버스 기획단’은 “참가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언론에 나온 현장 사진들부터 똑똑히 보길 바란다. 마스크를 쓰고 죽봉을 마구 휘두르는 쪽이 누구인가? 시위대가 묵은 송전탑 앞 주차장에 수북이 나뒹구는 술병과 쓰레기는 누가 버린 것인가? 한 참가자는 현대차 비정규직 홈페이지에 “희망버스에서 본 것은 무질서, 아수라장, 추악한 탐욕이 섞인 쓰레기장”이란 글을 올렸다. 부끄러워해야 한다. 더 이상 희망버스가 아니라 탈선버스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현대차와 사내하청 노조는 올해 1750명, 그리고 2016년까지 3500명을 정규직화하는 방안을 놓고 ‘특별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사내하청 노조가 6800명 전원 정규직화와 비정규직 사용 금지 등 무리한 요구를 지속해 난항을 겪고 있다. 당연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노사 합의로 질서 있게 진행돼야 한다. 무리하게 외부 세력을 불러들여 불법·폭력시위를 벌인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희망버스 시위대는 싸늘하게 식어버린 우리 사회의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제주 강정마을 등 희망버스가 다녀간 곳마다 엄청난 후유증을 남겼다. 왜 그 회사들의 민노총 노조들은 죄다 무너졌는가? 왜 새 노조들은 한사코 희망버스에 손사래를 치는가? 희망버스는 ‘불법 시위꾼 집단’으로 몰리기 전에 한시바삐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