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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룻배 전복참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낙동강기슭 곳곳에서는 지금 때아닌 곡성이 메아리치고 있다한다. 경남창원군남지읍상남리와 경북문경군영순면의 나루터에서 지난 17일과 18일, 졸지에 80명 가까운 익사자·실종자를 낸 나룻배 전복사고가 있은 지 벌써 40시간이상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양된 희생자의 시체는 두 곳을 합해 겨우 5구뿐, 유족들은 시신이라도 빨리 찾아달라고 울부짖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과 같은 도·유선전복사고는 우리나라에서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번의 남지읍도선장에서의 참극은 일시에 80명 가까운 희생자를 냈다는 점과, 며칠 전 삼남지방을 휩쓴 호우 때문에 이곳 주민들이 졸지에 4백여명의 떼죽음을 당해 민심이 흉흉하던 차에 또 다시 설상가상격인 액운이 이에 겹쳤다는 점에서 전 국민에게 비장한 충격을 주었다고 보겠다.
그러나 이번과 같은 참변을 일으키게 한 원인은 너무도 자명하여 국민으로서는 오직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인간이 달에 착륙했다 무사히 귀환하는 자주시대요, 국내적으로도 고속도로의 완성과 수송수단의 근대화등을 정책의 승리로서 구가하고 있는 오늘의 시점에서, 도대체 사회의 기강이 어떻게 됐으면 이와 같은 『「노아」의 방주』적인 나룻배사고가 연발하여 국민이 떼죽음을 당해야만 하는지, 오직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의 나룻배는 낡은 8t짜리 화물운반선으로서, 여기에 낡아빠진 7·5마력짜리「엔진」을 얹어, 허가도 없이 승객을 태워가며 도선영업을 해왔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니까 이 낡고 작은 배에 정원이 있을 수 없는 것은 정한 이치라 하겠으나 여기에 현재 알려진 것만으로도 1백10명이상의 장꾼들이 몰려들어 서로 먼저 건너려고 아우성을 쳤다는 것이니, 그곳이 비록 과거에도 같은 사고를 낸 급류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사고가 안난다는 것이 도리어 이상했다 할 것이 아니겠는가.
이점에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가난한 우리농민의 사정과 그들의 무지 그리고 사회적 훈련의 미숙을 크게 반성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홍수가 난 뒤 급류가 휘몰아치고 있는 강물위에 그토록 많은 인원이 그토록 낡고 작은 방주에 몸을 실었다는 것은 그 자체가 처음부터 무모한 자살적승선이나 다름이 없었다고 하겠기 때문이다. 하물며 이번 사고가 난 현장은 바로 3년 전(66년9월) 뱃놀이하던 나룻배가 뒤집혀 4명의 고교생이 떼죽음을 당했던 그 장소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무래도 이와 같은 무허가 도선영업을 방치하고 한번도「체크」조차한 일이 없는 치안당국의 직무태만 내지 그 직무유기에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60년래 희유의 큰 물난리가 있은 뒤, 물이 불고, 급류가 휘몰아쳐 모든 강변이 경계 태세에 있었다는 것은 사고가 나기 이틀 전, 전국의 나룻배를 일제 단속키로 했다는 사실만을 가지고서도 알 수 있는 것인데, 이번과 같이 남지읍과 문수군에서 잇단사고를 냈다는 것은 결코 그 인접지역 경찰당국만의 국부적 책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희생자들의 유가족에게 깊은 조의를 표하면서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이 철저히 규명되어 다시는 이런 참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근본대책이 세워지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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