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노량진 배수지 공사 사고는 후진국형 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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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이없는 후진국형 참사가 일어났다. 15일 7명의 사망 또는 실종 인명사고를 낸 노량진 배수지 공사장 참사는 과연 우리 사회에 기본적인 안전 매뉴얼이 있는지 의심케 했다. 이 공사는 서울시가 발주한 공공 공사였다. 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한 각종 위험을 예방하고 사전에 조치해 시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서울시가 자신들이 수행하는 공사에서조차 심각한 안전불감증을 드러낸 것은 충격적이다. 더구나 이 사고를 둘러싸고 벌어진 상황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먼저 서울시 당국자들의 상식에 대한 의문이다. 사고 당일은 닷새간 폭우가 쏟아져 한강 수위가 높아지는 시점이었음에도 한강 배수지 인근 지하 공사 감행을 어째서 방치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당시엔 한강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고 팔당댐이 방류를 시작했기 때문에 한강 수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선 재난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을 꼼꼼히 챙기고 사전 경고와 대피 조치를 하는 게 당국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사전 조치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와중에 서울시 관계자는 “그렇게 많은 강물이 갑작스럽게 유입될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도시 재난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의심케 하는 허탈한 해명이 아닐 수 없다.

 다음은 우중에 공사를 감행한 업체들에 대한 의문이다.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감리업체인 건화 측은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서울시의 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이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고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이 전체 공사의 완공일은 내년 4월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했는지 이유가 설명되지 않고 있다. 이번 공사는 시공사인 천호건설에서 하청을 받은 (주)동화지질이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무리한 하도급 계약으로 인해 하도급 업체가 공기를 줄이기 위해 무리한 것은 아닌지도 살펴야 할 것이다. 사고 후 조사와 수습에선 또 다른 잡음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장마철 재난 대비를 더욱 철저히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