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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동저고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벌써 3년전 봄의 이야기다. 「시카고」대학구내에서 열린 현대인류학회주최 『인류의 기원』에 관한 제2차 「심포지엄」(의제 독수=체집인)에 참석했었는데 이때 「레비=스르로스」교수가 1969년도 「바이킹·펀드」의 「메달리스트」로 선정되어 수상하는 것을 구경하고 이튿날 오후엔 「시카고」에서 제일 큰「필드」박물관을 찾았다.
「시카고」의 「필드」박물관을 내가한번 꼭보고싶었던 것은 이 박물관이 자연사 박물관으로 미국에서 손꼽힌다는이유의에, 몇해전 이 박물관의 인류학부문 전시때 한국관계 전시를 둘러싸고 우리나라국회의원이물의를일으킨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박물관사무실을 찾아 기념으로 산대가면 1개를 기증하고나서 제일 먼저문제의 전시장을 찾았다.
그곳은 각나라인종와 특징을 보이기위한 전시장으로 여러나라의 촌부촌부의 사진이며, 형상이 진열, 전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전시장을 둘러보다가 깜짝놀란 것은 여러나라 평범한 사람들의 흑백사진들속에 낀 천연색 한국사진이었다.
커다란 물동이를 인 영화배우 양미희양의 사진은 순간 나의 얼굴을 뜨겁게했다.
물론 이런사진이 촌부가 물동이를이고, 유방을 드러낸 사진이어서, 이것은 일인들의 악의적인 선전이오, 우리나라는 그러한 야만국이 아니라고 항의하여, 이사진과 바꿨다는 이야기다.
이제는 우리나라 시골에도 유방을 들어내고 물동이를 이고 다니는 아낙네들은 없으니까, 옹당 전시사진을 바꿔야 하겠지만, 하필이면 색동저고리를 입은 영화배우가 물동이를 인사진을 써야했을까.
남의 나라와 같이 어느 여염집 참한 색시나 아낙네의 흑백사진이면 어떠랴? 이 경우 군학중의 일학이라고 뻐길 사람도 있을지 모르나 이사진은 전연 주의의사진과도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전시목적에도 잘 부합되지않아 다만 박물관당국이 항의에 못이겨 전시한데불과하다는 느낌이 짙었다.
「시카고」의 「심포지엄」을 마치고 다시 「워싱턴」에서 열린 「스미소니언」연구소 주최의 『시급한 인류학조사를 위한 계획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가는 비행기에선 공교롭게 「레비·스트로스」교수와 자리를 같이하여 「파리」의 인류학박물관 참관을위한 개인소개장을 써받았다.
그는전에 이박물관의 부관장직을 지낸바있다.
흰독대같이 우아한 「마로니에」의 꽃이 한창인 4월의 「파리」에서 어둠침침한 인류학 박물관을 찾았을때 한국진열장속에서 나는 다시 색동남자고무신을 보고 쓰디쓴 실망감을 금할수없었다.
진열장속에는 앉아서 가야금을타는여인과 서서 장고를 치는 남자의 실물인 「마네킹」이전시되어 있었으나 절색의 장고통이며 의상의 색조화가 초라하게 느껴졌고, 더군다나 남자가신은 고무신은 하필이면 색동고무신이었다.
다음 나는 대사관측에 되도록이면 흰 고무신으로 바꾸는것이 좋겠다고 견의한바 있었으나 여기에는 우리가 간파할수 없는중요한 공통성이 깔려있는 것을 생각케 하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색동저고리보다 옥색치마 저고리가 더 아름다우며 또 남자의 흰고무신이 사실에도 맞고 더 고상할수도 있지않겠는가? 한국고위문화인식이나 그 해외소개에서 볼수있는 이같은 「매너리즘」은 전문가의 올바른참여로써만이 시정되어 갈 것인지, 자못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없다.
이개현<서울대교대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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