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혜택은 국민, 수수료는 씨티·기업은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올 초 대기업에 입사한 강경덕(23)씨는 요즘 급여통장을 바꿀까 고민 중이다. 신입사원 연수 당시 회사 주거래 은행에서 찾아와 단체로 가입했지만 6개월이 지나니 혜택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강씨는 “대학 때 이용하던 은행과 같은 은행이고 금리도 연 3.6%까지 제공한다고 해 가입했는데 이번 달부터 금리가 연 1%로 줄었다”며 “씀씀이가 커지는 시기인 만큼 수수료가 면제되는 은행을 중점적으로 찾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본지가 7개 시중은행의 직장인 급여통장을 비교해 보니 100만원 이하 금액을 예치할 때는 KB국민은행, 200만원 이하는 씨티은행의 금리가 가장 높은 것으로 14일 조사됐다. 수수료 면제의 경우 씨티은행과 IBK기업은행이 상대적으로 유리했다.

KB통장, 잔액 적은 신입사원 유리

 그동안 주요 은행의 급여통장은 자유입출금통장으로 가장 박한 금리(연 0.1%)를 제공했다. 그러나 최근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증권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이탈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자 은행도 금액별 금리 우대는 물론 수수료면제 등 각종 ‘당근’을 강화하고 있다. 사회 초년병은 통장 잔액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통장 잔액이 적을수록 높은 금리를 주는 ‘역발상 통장’이 잇따라 등장하는가 하면 모든 은행의 ATM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수수료 제로 통장’까지 나왔다.

 KB국민은행의 ‘KB스타트 통장’은 대표적인 역발상 통장이다. 이 통장은 2030 고객의 급여통장 평균 잔액이 40만원 내외라는 점을 고려해 잔액이 100만원 이하면 금리를 4%나 준다. 하지만 그 이상이면 0.1%의 금리를 제공한다. 여기에 매 월말 기준 자동이체 실적 혹은 KB카드 이용대금 결제 실적이 있다면 전자금융(인터넷뱅킹, 폰뱅킹, 모바일뱅킹) 수수료와 ATM기기 이용수수료도 면제된다. IBK기업은행의 ‘IBK 급여통장 소액우대형’도 50만원 이하일 때 금리가 연 1.95%다. 50만원 이하 잔액 구간에서는 이 은행 통장 가운데 금리가 가장 높다.

 시진우 KB국민은행 수신부 팀장은 “젊은 층 입맛에 맞는 상품내용이 인터넷 블로그 등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2008년 출시상품인데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354만여 계좌에 1조8579억원이 예치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평균 잔액이 200만원 이하인 직장인에겐 하나은행의 ‘하나 빅팟 슈퍼 월급통장’과 씨티은행의 ‘참 좋은 수수료 면제 통장’이 유리하다. 50만원 이상 200만원 이하 금액에 대해 씨티은행은 연 2.8%, 하나은행은 2.5%의 금리를 제공한다. 또한 하나은행 통장은 체크카드 결제 내역이나 펀드 자동이체 실적이 있으면 전자금융 수수료가 무제한 면제된다.

하나, 50만~200만원에 ‘고금리’

 모든 수수료 면제를 ‘무기’로 내세운 급여통장도 등장했다. 씨티은행의 ‘참 좋은 수수료 제로통장’은 금리는 0.01~2.8%까지 금액별로 다르지만 타행 포함 모든 수수료가 면제된다. IBK기업은행의 ‘IBK급여통장’도 3가지 통장 유형에 따라 연 0.1~1.95%의 금리를 제공하지만 이 은행의 은행 수수료는 조건 없이 무제한 면제다. 여기에 추가로 휴대전화 요금, 신용카드, 적금 등 총 3건을 자동이체하면 모든 은행의 ATM기기 출금 수수료까지 면제된다. 신입사원 윤준철(25)씨는 “잔액이 100만원 이하로 유지될 경우 금리는 대학생 때 쓰던 학생 전용 통장이 오히려 이자가 더 붙더라”며 “급여통장은 주로 큰 금액을 이체할 때도 수수료가 붙지 않아 수수료 면제용도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의 적금이나 카드에 가입할 경우 금리우대나 추가혜택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다. 외환은행의 ‘넘버엔통장’은 넘버엔카드 또는 2X카드를 사용하면 전자금융 이용수수료와 외환은행 ATM기기 수수료 및 타행 출금 수수료도 무제한 면제된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비록 금리는 높게 제공되진 않지만 바쁜 직장인들이 수수료 고민 없이 마음놓고 다른 은행 ATM기기를 이용할 수 있어 적은 금액에 적용되는 금리혜택보다 실질적으로 직장인 주머니 사정을 더 배려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신한, 육아휴직 고객에 우대 서비스

신한은행의 ‘신한직장인통장’은 직장인적금에 가입할 때 연 0.5%, 월복리정기예금은 연 0.1% 우대한다. 출산·육아휴직이 확인되는 여성고객에게는 급여이체 실적에 상관없이 우대·수수료면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일부 은행의 경우 금리우대 조건이 복잡해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20~30대 직장인이 선택하기엔 어려운 면이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금리 수치만 비교하기보다는 수수료와 각종 혜택을 함께 비교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급여통장을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지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