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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폭 테러가 삶과 정신을 바꿔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스라트 암람은 버스에 사람이 너무 많아 택시를 탄 덕분에 폭탄 테러를 면했다.
이스라엘 갈릴리 북부 지역에서 일요일(현지시간) 한 팔레스타인인의 자폭으로 파괴된 버스 안에는 아랍인과 이스라엘인이 모두 타고 있었다.

이 테러 공격으로 8명이 죽고 50여명이 다쳤다.

아스라트 암람은 아주 운이 좋은 유태 여성이다. 그녀는 외상만 입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하루 뒤 퇴원했다.

드루즈파 아랍 여성 지안 하산은 여전히 쇼크 상태에 있다. 그래서 가족은 그녀에게 버스에 같이 타고 있던 자매가 죽었다는 말을 아직 해주지 않고 있다.

테러 공격 전에는 전혀 모르던 사이였던 일부 생존자들은 병원에서 금방 친해졌다. 일부는 테러로 자신의 외모가 어떻게 변했는지 얘기하며 웃을 수 있는 정도였다.

한 피해자는 "나는 눈썹이 없다"며 웃었다.

그러나 대기실에서 걱정에 휩싸여 중상을 입은 피해자들의 소식을 기다리는 친구와 가족들은 자신들의 감정, 특히 팔레스타인들에 대한 마음가짐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 여성은 "나는 그들을 증오한다. 그들이 지옥 불에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의 테러 단체 명단에 올라있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이스라엘이 지난 달 하마스 지도자 살라 셰하데를 죽인 데 대한 복수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살라 셰하데의 자택을 폭격했을 때 셰하데 외에도 어린이 9명을 포함, 14명이 사망했다.

기도와 눈물로 치료

버스 폭발로 입은 눈에 보이지 않은 상처 또한 만만치 않다. 이스라엘은 피해자들의 정신적 충격을 치료하기 위해 정신과 의사들을 동원했다. 정신적 상처를 치료하고 자신만의 공간을 되찾아 주기 위해서다.

아스라트 암람과 그녀의 부모는 제단에 가 시편을 암송하며 생명을 구해준 신에게 감사했다.

사고 당시 버스에 타고 있었던 이스라엘 병사 이타이 샤케드는 악몽을 끝내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폭발 현장을 다시 찾았다. 그는 슬픔을 주체할 수 없었다.

사고 며칠 후 일부 생존자들은 버스가 폭탄에 파괴된 현장을 둘러봤다.
버스 폭발 생존자 49명 중 일부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참사 현장으로 돌아갔다. 아스라트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그녀는 "사건이 끝났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제 끝났다는 느낌이 드는가?"는 질문에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고 대답했다.

아스라트는 기적이 자신을 살렸다고 말했다. 일요일 버스가 그녀 앞에 멈췄을 때 그녀는 버스가 병사들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보고 운명의 버스 앞에 서 있던 택시에 올라탔다.

그녀는 "택시 문을 열었을 때 폭음을 들었다"며 "머리를 돌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고 뛰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버스 정류장에는 급히 지어놓은 제단이 있었다. 한 훌륭한 아버지는 올리브 가지를 올려 놓고 이스라엘과 아랍 간의 평화를 기원했다.

한 희생자의 아버지가 사고현장에 설치된 임시분향소에 올리브 가지를 올려놓고 있다.
그러나 폭탄의 열기를 느꼈던 사람들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해서 그렇게 관대할 수 없었다.

한 사람은 "우리는 그들과 싸워야 한다. 그들은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아이들과 아녀자를 죽인다.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보라. 그들이 내 땅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보라"고 말했다.

이번 자폭 사건의 피해자들은 현장으로 돌아와서 다시 보아야 했다. 그들이 자신들이 본 것을 잊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듯하다.

MERON JUNCTION, Israel (CNN) / 이인규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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