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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통화정세의 악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금융통화정세가 악화일로에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5일 기획원에서 열린 경제동향 「브리핑」에서 지적된 바에 따르면 통화관리상황은 근본적인 「딜레머」에 빠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7월 말의 「리저브·베이스」 잔고는 1천8백79억원에 이르러 IMF와 협약한 연말한도에 대한 여유는 불과 1백12억원 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리저브·베이스」의 급속한 팽창은 재정투융자의 계속적인 확대집행과 조세수입부진, 그리고 현금차관의 이례적인 증가 등으로 공공부문 및 해외부문에서 통화철초가 지나쳤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는 것이다.
재정 및 해외부문에서 창조되는 통화는 필연적으로 금융상관예금으로 흡수되는 것이며, 예금증가는 곧 저축성 18%, 통화성 32%라는 높은 지준율 때문에 지준예치액으로 자동적으로 팽창시켜 「리저브·베이스」 한도를 채워가는 것이다.
그러나 예금이 증가한다면 지준예치율이 아무리 높다하여도 금융기관의 대출능력은 증가하는 것이 원칙이라 할 것이다. 오늘날 금융기관, 특히 일반은행은 지준부족에 허덕이고 있으며, 일부 은행은 과태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빠지고 있음은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금융의 내막을 알고있는 사람은 지준부족상황이 어제 오늘에 일어난 것이 아니며, 과거 수년동안 계속된 현상임을 알고 있는 것이며 과태금을 부과한 것은 모순을 이대로 방치하기 어려울만큼 사태가 악화되었기 때문에 양성화 시켰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금융기관의 자금사정이 만성적으로 악화된 근본적인 원인은 다름 아닌 고도성장정책에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고율투자와 과도차관정책은 무리한 내자공급을 강요했고, 그것은 대불·연체의 누증과 각종 공사채발행 압력을 가중시켰던 것이다. 때문에 차관으로 파생되는 예금증가를 내자동원으로 착각하여 다시 융자 및 공채가 인수로 방출했기 때문에 금융자산부채는 가속적으로 증가하기에 이른 것이며 「인플레」 경향을 강화시킨 것이다.
당국은 「인플레」의 위험신호를 막기 위해 지준율 인상 및 유동성규제의 강화라는 강력수단을 채택하여 왔던 것이며, 때문에 금융기관은 양면적인 난관에 함입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통화정세를 바로잡으려한다면 고율차관정책과 고율투자정책을 후퇴시켜야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를 확대시키려 했기 때문에 금융상의 모순은 계속 심화 확대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차관대불을 일반은행에 떠맡기고 산업금융채를 인수시키며, 통화안정계정에 자금을 묶어두고 도로채·지방채를 인수해야하는 일반은행이 높은 지준율까지 부담해야하는 상황에서 지준부족이 발생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며, 그것을 그동안 숨겨온 중앙은행이나 당국이 잘못한 것이라 할 것이다.
이제 금융통화정세가 내포한 근원적인 모순을 노출시켜야할 만큼 사태가 악화된 것이라면 그 타개책도 근원적인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고율차관·고율투자정책의 획기적인 후퇴조정을 서두르면서 자율적 중립적인 금융통화관리제도를 보장 확립시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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