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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패수련회|불교의 가락 길이 남기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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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의 남산남쪽 기슭. 신촌봉원사에서는 새벽마다『아어으이…』길고 잔잔한 불교음악의 가락에 실려 해가 뜬다. 아직 목청이 무르익지 않은 여러 젊은이들과 개중엔 여자의 목소리도 섞여 울린다. 지난 6월24일부터 연 범패수련회다.
강습기간 50일은 오는 12일로써 끝난다.
한국불교 조계종은 미구에 끊어질 위기에 놓인 범패를 건승하기 위해 용단을 내렸다. 작년봄 남산대재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컸음에 자극 받아 지난봄『옥천범회』를 만들고 매년 한차례씩 전수를 위한 수련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금년이 제1회. 전국에서 58명이 모였으니 대성항을 이룬셈이다.
물론 수강은 무료.
강사진은 전운공·장벽응·박송암씨등 불교계의 원로승려. 범패를 할줄 아는 사람은 이밖에 더 몇사람 손꼽히지 않는다.그래서 대부분의 사찰은 큰 재를 올리려 해도 옛 격식대로 의식을 이끌수 없는 실정이다. 근래 큰 재를 올리는 경우도 적으려니와 이 어려운 공부를 승려들은 스스로 포기해온 것이다.
이범수강생의 대부분은 20대. 그 중에는 15세의 심유복군(서울백련사 사미승)으로 대전의 이석암씨는 56세로 최고령이다. 일반인 연구생이 3명 끼여있고 여승도 7명. 공부에는 역시 종파를 초월해서 자리를 같이 하고 있어 불교계에 새로운 기충을 조성하는 본보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범패는 불교의식음악에 대한 통칭. 국모의 중요한 한부분을 차지하는 고유음악이다. 그 원류는 신라불교로부터 찾아 전해 오고 있지만 요즘은 대부분의 승려가 그 가락을 20∼30분 이상 잇지 못한다. 하물며 3, 4일 계속하는 큰 산재는 말할 것도 없다..
범패는 불교의식에서 없을 수 없는 것이면서도 악보가 없다.『스승의 입만 보고 배운다』는 것이 유일한 전수방법이다. 가사는 구전이 아니요 경문집(요집)에 의거하므로 우리나라 재래식의 정간보다도 있음직한데 그러한 옛 문헌도 전하지 않는다.
국악중에서 가장 유사한 것은 가사로서 비교적 단조한「리듬」이다.「상주권공」「대례왕공」「영산대제」가 각각 30여곡씩 모두 1백여곡에 달한다. 그 중에도 짓소리(범음)는 소리를 아주 길게 뽑고 또 굴곡이 심하고 까다로와 노련한 어장만이 할수 있는 곡목이다.
이번 50일 동안에 항시 쓰는 정도의 홀소리 상장권공을 겨우 익혔는데『혼자 떨어져 있으면 가락을 잊게 되지 않을까』걱정하면서도 젊은 승려들은 큰 의식을 주관하려는 꿈에 한껏 부풀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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