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주니어 단식 준우승 정현 "요즘은 서브 속도 높이려 야구공 던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윔블던 주니어 단식 준우승을 차지한 정현이 준우승 트로피를 깨무는 시늉을 하고 있다. [김진경 기자]

한국 테니스의 희망이 된 정현(17·삼일공고)은 영락없는 10대였다. 11일 서울 역삼동에서 만난 정현에게 코트 위의 매서운 모습은 없었다. 옆집 개구쟁이 고등학생 같았다. 정현은 지난 7일 한국 남자 최초로 윔블던 테니스대회 주니어 남자 단식 준우승을 차지했다.

 정현의 트레이드마크는 뿔테 안경이다. 안경을 써도 시력이 1.0 정도다. 안경을 직접 써보니 눈앞이 뱅글뱅글 돌아 어지러웠다. 정현은 “일곱 살 때 안과에서 약시 판정을 받았다. 시력을 위해 초록색을 많이 보라고 했다. 테니스는 공과 코트가 초록색이다. 테니스는 내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야구는 잘 못하는데 이상하게 테니스는 잘 쳐서 친구들이 깜짝 놀라곤 한다”고 덧붙였다.

 정현은 요즘 좀이 쑤신다. 장마철이라 실외 운동을 못하고 간단한 체력 훈련만 하고 있다. 정현은 “쉬는 것보다 훈련하는 게 더 재밌다”고 했다. 정현은 밥 먹고 잠자는 시간 빼고는 온종일 테니스 훈련이다. 윤용일(40) 삼성증권 코치는 “현이는 하루에 시킨 운동량을 어겨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너무 훈련을 열심히 하다 보니 발바닥 물집을 달고 산다. 윔블던 결승전에서도 경기 도중 물집이 생겨 붕대를 감고 뛰었다. 정현은 오기도 있다. “국제 대회에 나가면 서양 선수들이 아시아 선수라고 얕볼 때가 있다. 이를 더 악물고 뛰어서 꼭 이긴다”고 했다.

 정현의 목표는 한국 최초의 그랜드슬램 우승이다. 서브부터 보완해야 한다. 정확성은 문제가 없다. 올해 서브 성공률이 크게 높아졌다. 정현은 “올 초 호주오픈 끝나고 오른 팔꿈치 부상으로 3개월간 재활만 했는데 그게 전화위복이 됐다. 팔꿈치에 무리 안 가게 서브 폼을 바꿨는데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속도다. 정현의 서브 최고 속도는 시속 180㎞대. 세계적인 선수들은 시속 200㎞대다. 정현은 “요즘에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야구공을 던지고 있다”고 했다. 투수 폼과 서브 폼이 비슷해 도움이 많이 된다.

 윔블던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여전히 시니어에서도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2005년 호주오픈 주니어 남자단식 준우승으로 주니어 1위까지 기록했던 김선용(26)과 주니어 4위에 올랐던 전웅선(27)도 실패했다. 정현은 “주니어의 높은 성적에 만족하지 않고 열심히 훈련하면 된다. 테니스의 박태환·김연아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글=박소영 기자
사진=김진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