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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의 「뉴·아시아·독트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닉슨」미대통령은 「아폴로」11호가 거둔 성공의 여세를 몰고, 월남 등 아주6개국과 공산「루마니아」의 순방여행을 마치고 귀국, 민주·공화양당의회지도자들에게 순방결과를 설명하는 가운데서 새로운 아주「독트린」이라 할 정책전환을 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민여론의 일각에서 들려오던 미국력의 과도한 대외전개불가론, 월남전의 좌절감에서 오는 신고립주의적 경향, 「괌」도선언을 포함하여 순방등정전에 발표한 여러 주요성명을 감안할 때 그가 미국의 새로운 대아주역할에 관해 정책전환을 모색할 것으로는 이미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일이었다 할 것이다.
「맨스필드」민주당상원원내총무가 요약한 새로운 아주「독트린」을 보면 ①강대국들의 핵무기침공위협을 제외하곤 아주맹방들이 보다 방위부담을 떠맡아야할 시대가 왔다 ②아주제국의 내국반란에는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다 ③아주국들의 대미원조의존도를 줄일 수 있게 배려한다 ④월남종전까지는 「라오스」·태국 등 동남아국가들엔 이 「독트린」을 적용치 않는다는 것 등이다. 이는 요컨대 미국은 앞으로 제2 ,제3의 월남을 되풀이하지 않고 「완전고립과 거의 자동적 즉각 개입」의 중간점에서 미국의 새로운 역할을 정립하겠다는 것이라 하겠는데 당면해서 우리는 이 「독트린」의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아주국들이 자주방위체제를 확립하여 내외위협에 대처할 수 있으려면 미국은 상당기간동안 각 국의 자체방위력강화를 적극 지원해야할 것이다. 해외주둔미군철수와 동원해제로 절약되는 방위예산의 일부와 정규 또는 특별군원이 자위력량없는 아주국들에 계속 제공되지 않는 한 공산침략의 위협을 제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반공보루로서의 한국으로서는 북괴의 도발위협에 대한 효과적 대응과 국군현대화촉진으로 그들의 부단한 남침야욕을 꺾기위해 특별추가군원을 요청했으나 미측반응은 그다지 선명치 못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닉슨」대통령의 70회계년도군원요청액 중에서 빠져있는 대한추가군원의 조기승인이 제2의 남침을 미연방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독트린」의 장기적실효성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확신한다.
둘째 미국의 새 대아정책의 기조는 내란과 외침을 구별하여 전자엔 개입치 않는 다는 것인데 한국과 월남 같은 분단국가에서는 외부지원을 받지 않는 공산반란이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인 만큼 이점 미국은 분명히 그 태도를 부연해서 밝혀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스」공산반란이 「트루만·독트린」을, 또 월맹을 대신한 「베트콩」위협이 미군개입을 가져왔던 전례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셋째 대미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선 경제자립을 위한 적극적 경제협조가 요망된다. 자립이 군사자위능력을 뒷받침해주고 정치적 안정에도 기여한다는 관점에서, 또 감축일로에 있는 원조추세에 비추어 원조로부터 교역증대와 민간투자·차관권장 등의 적극적 경협에 따르는 필요한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다.
끝으로 월남전이 끝날 때까지 「라오스」와 태국 등이 새 「독트린」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하면서 참전한국이 이에서 제외돼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기타동남아국가들」중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6·25직전「애치슨」국무장관이 한국을 미 방위 권에서 제외한데서 유발시킨 참화를 재연하지 않으리라는 보증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공산당은 항상 상대방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을 때 침략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것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닉슨」의 새 아주「독트린」이 오늘날의 아주 내 미국역할을 가져왔던 여건변동의 소산이 아니고, 주로 국내여론압력과 정치적 배려의 결과라면, 아주제국의 불안과 불안정을 불러일으킬 정책전환에는 더 한층의 신중을 기해 줬어야할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소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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