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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수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장마전선이 머물러 있다. 충무시는 19일 새벽현재 무려 90여mm의 호우를 보여 준다. 서울등 중부지방의 장마도 대단하다. 인천의 강우량은 70mm에 가깝다.
이번 장마통에 집을 잃은 사람은 1천2백여명이나 된다. 그건물수만해도 9백여동. 한창 공사중인 서울의서민「아파트」「슬라브」가 무너진 소동은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그「아파트」에 주민이 가득 입주라도 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늘엔 우주선, 땅엔 비조! 우리의 쓴 웃음을 자아내는 「아이러니칼」한 현실이다. 우주개발의 기술을 바라볼수는 없을망정 하수도하나, 담장 한척, 집한채도 제대로 간수할수 없는 「그것」은 무엇인가. 작업인의 부실·양식의 부재·공중행정의 태만·도덕심의 결여-.
영국의 경우 조그마한 집 한 채를 지으려면 여간 까다롭지 않다. 절차가 그렇다는 말이 아니다. 거의 ZD(제로·디펙트=완전무결)의 환경과 조건이 아니고는 허가가 나오지 않는다. 집이 완성되고 나서도 그것은 다시 반복된다.
우선 소방서에서 나와 검사를 한다. 보건관이 환경을 「체크」한다. 창문만 작아도 불합격이다. 시직원은 시에서 베푸는 모든 입지조건을 만점으로 적용했는가를 살핀다. 이런종합진찰의 결과 안전도가 적어도 3배이상이라는 보장이 나야 합격이다. 가령 수명을 50년으로 잡는 집이라면 1백50년의 가능성을 지녀야하는 것이다.
이집이 뒤에 무슨 사고라도 나면 법정엔 그 여러검사에 관여한 사람들이 모두 불려나와 증언을 하게된다. 집마다 그 유효고발기간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그사이에 일어나는 사고는 당당히 보상을받을 권리가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건축허가의 까다로운 절차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ㅣ만 오면 집이 무너지고 하수구가 터지고 둑이 무너진다.
기술은 과학적기초위에서만 설림된다. 그것이 부실할 때 기술의 보람은 빛을 잃고 만다.
우리는 자세에서부터 깊이 생각하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성실회복」의 문제는 바로 인간회복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인간이 사는 환경에 인간의 정신이 부재하는 것처럼 모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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