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스 버니, 최고의 만화 캐릭터로 뽑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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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스 버니
이제 벅스 버니는 "안녕하신가, 의사선생?"이라고 물을 필요가 없게 됐다. TV 가이드지에 따르면 이젠 그가 '선생님'이다.

엘머 퍼드· 마빈 더 마틴·요세미티 샘 등과 맞상대 하던 우리의 '약삭빠른 토끼 녀석'이 또다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최근 TV 가이드가 뽑은 역대 최고의 만화 주인공으로 벅스 버니가 선정된 것이다.

또한 벅스는 TV가 보급되기 전 극장용 단편 애니메이션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의 만화 주인공으로서는 유일하게 이 부문 10위안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위에는 Fox TV가 장기간 방영하고 있는 만화 '심슨 가족'의 정신없는 아빠 호머 심슨이 뽑혔고, 50년대 및 60년대 제이 워드가 탄생시킨 풍자만화의 주인공 록키와 불윙클, 마이크 저지가 만들어낸 MTV의 정신나간 '꼴통들' 비비스와 벗헤드, 그리고 자신의 실수를 깨닫기 전까지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던 닥터 수스의 그린치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최초로 TV의 황금 시간대에 편성돼 성공을 거둔 만화 시리즈 '플린스톤 가족'의 프레드 플린스톤과 그의 친구 러블, '야! 러그레츠'의 안젤리카 피클스, '피너츠'의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를 비롯해 네모네모 스펀지 송, '사우스 파크'의 카트만 등이 역대 최고의 만화 캐릭터 10위 안에 올랐다.

못 말리는 버니의 인기

앨버커키에서 항상 길을 잘못 드는 우리의 영리한 큰 귀 친구 벅스는 1938년 '포키의 토끼 사냥'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계속해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벅스 버니는 처음 주인공으로 등장한 1940년 작 '야생 토끼'에서 "안녕하신가, 의사선생?"이라는 유행어를 처음 선보였다.

워너 브라더스사가 만들어낸 이 만화 영웅은 이후 TV와 광고, 여타 매체에서까지 그 성공을 이어갔다.(워너 브라더스는 CNN.com과 함께 AOL 타임워너사의 자회사이다.)

텍스 애이버리, 척 존스, 프리즈 프랠랭 등 만화 거장들은 워너 브라더스의 고전 단편 애니메이션을 통해 벅스 버니에게 성우 멜 블랑의 독특한 목소리를 입혀 그 특유의 입심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멜 블랑은 가장 억양이 세다고 생각한 브루클린과 브롱스의 억양을 이용해 벅스의 목소리를 만들어 냈다.)

세월을 거듭하면서 벅스는 오페라 가수, 이발사, 나무꾼, 중세 기사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했으며, 마이클 조던에서 말썽장이 태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스타들과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또한 인기를 빼앗으려는 대피 덕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벅스 버니는 계속해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한편 대피는 이번 순위에서 뚱보 앨버트와 파워퍼프 걸의 뒤를 이어 14위에 랭크 됐다.

이번 TV 가이드의 만화 캐릭터 순위는 아주 오래된 고전물(1920년대의 뽀빠이, 고양이 펠릭스)부터 최근작(파워퍼프 걸, 스폰지 밥)에 이르는 만화영화, TV 만화, 연재만화 및 만화책들을 모두 망라해 뽑은 것이다.

이외에도 수퍼맨이나 수퍼우먼 등 세계를 구한 만화 캐릭터들도 있고, 만화 '칩멍크'의 앨빈처럼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노래(칩멍크 송)를 부른 만화 주인공도 있다.

'맙소사 도대체 그 만화는 왜 안 뽑힌거야?!'

리사(왼쪽), 호머(오른쪽에서 두번째) 바트(오른쪽 끝) 등 심슨 가족 가운데 3명이 TV 가이드 순위에 올랐다.

몇 가지 이변도 발생했다. 미키 마우스는 겨우 19위에 올랐고, 푸시캣 클럽은 24위에 오른 반면 아치는 아예 순위에도 오르지 못했다.

만화 역사에 관련된 책과 TV 방송물 등을 저술한 만화 전문가 제리 벡은 이번 순위 선정이 고전 만화에 대한 관심과 논쟁을 다시 불러 일으켰다는 점에서 '대체로 잘한 일'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이번 순위 선정에 대해 그 기준이 매우 모호하다며 "정말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말한다. "내 생각에 이 순위는 대중적 인기만을 기준으로 평가한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많은 의구심이 든다."

인터넷 토론 게시판에는 벌써부터 이번 순위 선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어째서 핑크 팬더가 빠진 거냐?"고 말하는 이도 있고, 스머프가 빠진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글도 있다.

이들의 불만 중 상당수는 TV 가이드의 순위가 오랜 세월을 거친 캐릭터들 보다 최근의 만화 캐릭터들을 높게 평가했다는 것이다. 미국영화협회가(AFI) 매년 발표하는 '올해의 영화 100선'은 상대적으로 최근작들은 제외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벡은 이처럼 시대적 다양성을 포함하는 것이 만화 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는 "나이 든 사람들은 이 순위를 보곤 '아서가 누구지? 대체 스폰지 밥은 누구야? 피카추란건 또 먼가?' 라고 말할지 모른다"며, 또 이를 통해 어린이나 젊은이들이 고전물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호머 심슨과 같은 최근 만화 캐릭터 중 일부는 이미 역사상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그 캐릭터를 사랑하고 자신과 동일시하게 되면, 그야 말로 최고의 만화 캐릭터가 되는 것이다."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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