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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나는 마릴린 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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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사진)DKNY의 2013년 봄?여름 컬렉션에 등장한 원피스 수영복, 아래(작은)사진 다양한 굵기의 줄무늬를 잘라 붙인 듯한 타미힐피거의 원피스 수영복

바야흐로 수영복의 계절이다. 올해 수영복은 여느 해보다 훨씬 더 과감해졌다. 눈을 다른 곳에 두려 해도 자꾸만 시선이 멈춰버리는 아찔한 라인의 모노키니(monokini·비키니처럼 보이지만 실은 상?하의가 붙은 원피스 수영복)와 화려한 패턴의 복고풍 원피스가 대세다. 단 1초라도 물속에 들어가고 싶지 않을 만큼 멋진 수영장 패션을 완성해 줄 2013년 여름 잇(it) 수영복을 정리했다.

수영만 하기 위해 수영복을 산다면 아마 스포츠 브랜드 매장으로 직행해야 하지 않을까. 몸에 편한 기능성 수영복이 한가득 있으니 말이다. 때가 되면 돌아오는 제사 치르듯 여름마다 수영복을 살 이유도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왠지 수영복을 하나 더 사야 할 것 같은, 아니 사고 싶은 욕구가 여자들 맘속에 꿈틀거린다. 당연히 기능보다 맵시가 관심사다.

 지난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지하 수영복 특설매장에서 만난 이지연(30)씨도 그랬다. 그는 “지난해 비키니를 구입했는데 올해 꺼내보니 유행에 뒤처지는 느낌이라 수영복을 보러 나왔다”고 말했다.

 대부분 여름 한철 잠깐 입는 게 보통인데도 매년 트렌드가 확확 바뀌기 때문에 이씨처럼 여름마다 새 수영복을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패션 스타일리스트인 정윤기 인트렌드 이사는 “수영복은 트렌드에 매우 민감한 아이템”이라며 “여름 휴가를 계획하면서 기분전환용으로 가장 손쉽게 살 수 있는 제품이라 그런지 소비자들이 다른 옷보다 더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패션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씨도 “수영복은 유행을 많이 탄다”며 “올해는 컬러와 패턴뿐 아니라 형태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모노키니다. 그간 패션잡지 화보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과감한 디자인의 모노키니가 올여름엔 잡지 밖으로 튀어나왔다. 또 이와 정반대로 비키니 인기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원피스 수영복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워터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쇼트 팬츠 위에다 스포츠 웨어를 입는 애슬레저(athlete+leisure) 스타일도 전국의 워터파크와 수영장에 등장했다.

 원피스 수영복의 재등장은 패션계 전반에 부는 1950~60년대풍 복고 트렌드의 영향이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워터파크에서 원피스 수영복을 입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너무 촌스러워 보여서다. 그러나 올해 샤넬과 베르사체, 보테가 베네타, 미소니 등 럭셔리 패션 브랜드부터 토미 힐피거, DKNY 같은 좀 더 캐주얼한 느낌의 브랜드까지 원피스 수영복을 리조트 컬렉션 중 주요 아이템으로 소개했다.

 

애슬레저 트렌드를 접목한 수영복들. 왼쪽은 조각별로 컬러를 다르게 사용한 르꼬끄 스포르티브의 비키니 수영복. 사진은 서퍼가 입는 웻 수트(wet suit)를 디자인에 반영시킨 리사 마리 페르난데즈의 수영복.

국내 온라인 쇼핑몰도 마찬가지다. 여름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수영복 화보를 선보여 온 방송인 김준희의 쇼핑몰 ‘에바주니’, 그리고 10~20대 여성에게 인기인 ‘스타일 난다’도 지난해까지 비키니 위주였던 수영복 코너에 원피스 수영복을 함께 올렸다.

 하지만 몸통을 다 가리는 단순한 디자인의 원피스 수영복은 아니다. 재클린 케네디나 메릴린 먼로가 입었던 50~60년대식 스타일을 재현하기는 했으나 대부분 주요 부분을 제외한 다른 부분을 과감하게 절개한 컷아웃(cut-out) 스타일이다.

 정 이사는 “올해 수영복 트렌드의 키워드는 레트로 시크(retro chic)”라며 “복고의 영향으로 지난해까지 대세였던 애니멀 프린트 수영복은 인기가 사그라지고 핀업걸을 연상시키는 빈티지 디자인이 올해의 스타일로 새롭게 떠올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토리버치는 60년대 핀업걸을 연상시키는 뷔스티에(브래지어와 코르셋이 연결된 상의) 스타일의 ‘에덴’ 원피스 수영복을 내놨다. 양정욱 토리버치 마케팅팀 과장은 “뷔스티에 자체가 몸매 보정 효과가 있는 데다 곳곳에 밝고 어두운 컬러의 꽃 프린트를 달리 넣어 몸매가 날씬해 보인다”고 말했다. .

 아슬아슬하게 몸이 노출되는 컷아웃 스타일은 원피스 허리 부분을 확 잘라내 허리를 드러나게 한다든지, 가슴 부위에 절개선을 넣어 가슴 선을 드러내는 식이다. 비키니보다 분명 노출이 덜한데 오히려 더 섹시해 보인다.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씨는 “컷아웃 수영복의 절개선은 라인이 들어가는 위치와 봉제 방법에 따라 큰 어깨나 긴 허리 같은 체형 단점을 보완해 주기도 해 1석2조의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커팅의 매력을 가장 잘 살린 게 모노키니다. 비키니와 원피스 수영복이 합쳐진 형태라 두 수영복의 단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각각의 수영복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섹시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얼핏 보기에 비키니의 상의와 하의를 몸의 앞 중심에서 연결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비키니는 배가 나오거나 허리가 두꺼우면 입기 힘들지만 모노키니는 배를 가려주는 데다 허리가 날씬해 보이는 착시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체형에 자신 없어도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하다. 일자 허리이거나 복부 노출이 부담스러운 여성도 노려볼 수 있는 스타일이라는 얘기다.

 비키니도 복고 바람을 타고 다양한 변종이 나왔다. 지난해엔 배꼽까지 내려오도록 길이가 길어진 브라톱에 속옷만큼 작은 크기의 브리프(비키니 수영복의 하의)를 매치한 탱키니(tankini)가 등장하더니, 올해는 거꾸로 허리가 배꼽 위로 올라오는 하이 웨이스트 브리프에 짧은 브라톱을 입는 스타일이 인기다. “이 스타일은 길이가 짧은 헐렁한 면 티셔츠나 그물처럼 얼기설기 짠 스웨터를 덧입으면 세련되게 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리프 크기가 커진 덕에 아랫배를 감싸주긴 하지만 자칫하면 오히려 배가 더 나와 보일 수 있으니 잘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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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 형태의 비키니도 색과 패턴이 더 과감해졌다. 패션 홍보회사 데크 커뮤니케이션 김학술 팀장은 “이번 시즌에는 형광색에 가까운 네온 컬러와 복고풍 물방울 패턴, 선이 굵은 기하학적인 패턴이 많이 등장했다”며 “형태도 복고 트렌드의 영향을 받아 상의 어깨끈이나 브리프 옆선이 두꺼워졌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건 이런 유행과 정반대의 트렌드도 동시에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패션 홍보회사 비주 크리에이티브 설수영 실장은 “워터파크에서 활동적인 놀이기구를 즐기고 서핑·카약 등 수상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올해는 애슬레저 스타일이 트렌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애슬레저 스타일이란 짧은 반바지 위에 상의로 물에 젖어도 금세 마르는 래시가드를 입는 게 대표적이다. 래시가드는 기능성 소재로 만든 티셔츠나 앞이 지퍼로 된 상의인데 강한 햇빛과 자외선을 막아주고 보온 효과가 있어 오랜 시간 물속에 있어도 화상을 입거나 체온이 떨어지지 않는다.

 과감해진 것은 여성 수영복만이 아니다. 남성용 수영복도 길이가 허벅지 중간까지로 짧아지고 넉넉한 다리통이 다리에 딱 달라붙을 만큼 좁아졌다. 래시가드도 많이 입는다. 원래 목적인 햇빛에 타는 걸 방지해줄 뿐만 아니라 배가 들어가 보이는 착시효과 덕분에 평소 노출을 꺼리던 남성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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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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