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기능과 여야의 태도

국회는 그동안 본회의 출석을 거부해오던 공화당이 1일부터 본회의에 출석하게 되었다한다. 그러나 야당은 장부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하고 추경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상임위와 예결위의 무효화를 요구하는 강경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으므로 국회운영은 계속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장부의장의「불법사회」, 김영삼의원의「모독발언」사건을 계기로 여야는 국회내에서 숨바꼭질을 벌였었는데 여당이 참가하는 회의에는 야당이 참가치 않고, 또 야당이 나오는 회의에는 여당이 참가치 않음으로써 국회운영은 완전히 변칙사태에 빠졌던 것이다.
이처럼 여야가 상호기피를 한데는 각기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고, 어느 한쪽만이 옳다고 볼수 없으므로 국회의 변칙적 운영에 대한 책임을 어느 일당에게만 돌릴수는 없다. 그러므로 속개된 국회는 국회운영의 변칙화에 대한 책임소재의 규명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회기말이 며칠 밖에 남지 아니한 이 시점에서 여야가 호양타협의 정신을 발휘함으로써 임시국회를 소집한 목적을 달성하는데 주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번 임시국회의 가장 중요한 소집목적은 추경예산안을 심의통과하는데 있다. .이 추경예산안 처리에 있어서 야당은 상위와 예결위 출석을 거부했으므로 여당만이 참석해서 일방적으로 정부원안을 통과시기고 말았다. 그러므로 야당이 상임위 및 예결위의 무효화투쟁을 벌이겠다는 것은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유야 어쨌든간에 자기네들이 출석을 거부, 참가치 않은 회의에서의 결의를 모두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당만의 참석으로 충분한 심의도 거치지 않고 정부원안을 그대로 받아들인 추경예산안을 본회의에서 간단히 그대로 통과시켜버려도 안될 것이다. 여야는 정치적인 타결정신을 발휘해서 예산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에 앞서 예결위를 재개하는 형식을 취해서라도 예산안심의에 야당측의 의견을 되도록 많이 반영시키도록 해야할 것이다.
본예산이건 추경예산안이건 국회는 예산안을 처리할적마다 여야격돌로 변칙사태에 빠져 이를 제대로 심의치도 않은 채 통과시키곤 한다는 것은 최근 수년래 되풀이되고 있는 현상이다. 이 까닭으로 국회의 예산심의권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것인데, 이처럼 예산심의권마저 재대로 행사치 못하는 국회는 그 존재 이유의 반이상을 상실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앞으로 야당은 정략상 국회출석을 거부할 필요를 느낀다 해도 적어도 예산심의 때만은 반드시 참석, 국회의 예산심의권이 헛된 것이 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대저 우리나라 국회는 지엽말단의 감정적 문제를 조상에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이면서 예산안심의나 기타 중요법안처리등 입법부 본래의 사명을 다하는데 있어서는 심히 소홀한 느낌이 짙다. 이것이 국민으로 하여금 국회무용의 사고방식을 갖게 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는 이 점을 깊이 반성하여 정치공방전을 벌이는데 귀중한 시일을 소모할 것이 아니라, 입법부 본래의 임무를 다하는데 충실토록 해야 한다.